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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 소주업계, 글로벌 경쟁에 눈돌려라

“20도는 누구든지 만들 수 있지만 새 참이슬에는 0.1도의 미학(味學)이 담겨 있습니다.”(진로의 20.1도 ‘참이슬’ 소주 출시 보도자료에서 하진홍 진로 사장) “술은 만들 때마다 오차 범위가 있어 20도 소주라도 19.8도가 될 수도, 20.1도가 될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정확히 20도를 맞추는 게 불가능한데 진로가 20.1도를 딱 맞춘다니 삼성전자의 반도체기술을 능가하는 나노기술이라고 해야 될 겁니다.”(두산 ‘처음처럼’ 출시 기자간담회에서 한기선 두산 주류BG 사장) 지난주 막이 오른 소주전쟁을 전후로 진로와 두산의 신경전이 극심하다. 세계적인 주류 소비국인 한국에서 술, 특히 소주는 서민들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친숙한 벗인 만큼 소비자들의 관심도 뜨겁다. 하지만 두산과 진로의 새 소주경쟁이 자칫 과도한 출혈경쟁을 초래, 호시탐탐 국내시장 진출을 노리는 해외 주류 업체들에 호기로 작용할지 모른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두산은 이번 신제품을 출시하면서 공장 출고가를 800원에서 730원으로 내리는 과감한 가격 마케팅을 단행, 업계의 출혈경쟁을 촉발했다는 비난에 직면해 있다. 연간 매출이 800억원 남짓한 두산 주류BG는 전체 매출의 40~50%를 신제품 개발 및 마케팅에 쏟아붓고 ‘올인’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두산이 이번에도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할 경우 주류사업을 해외에 매각할 수도 있다는 소문까지 솔솔 새나오고 있는 실정. 진로는 진로대로 현재 시장점유율이 두산의 10배(56%)임에도 불구, 촉각을 곤두세우며 대응책을 강구 중이다. 진로 인수 업체인 하이트맥주가 과거 크라운맥주 시절 하이트를 출시하면서 오비맥주와의 드라마틱한 시장 역전극을 연출했던 경험에 비춰 조금이라도 틈을 줘서는 안된다는 본능적인 방어전략인 셈. 그러나 자본력과 시장지배력을 가진 두 업체가 무리하게 경쟁하다 보면 결국 지방 소주사들의 기반까지 흔들어 공멸을 불러일으킬 최악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난해 10월 하이트맥주 박문덕 회장이 한가족이 된 진로 임직원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우리에게는 대한민국 대표 술을 세계에 내놓아야 할 책임이 있다. 두꺼비를 들고 일본ㆍ중국ㆍ러시아 등 외국으로 나가겠다”고 밝힌 것처럼 이제는 소주 업계가 우물 안 경쟁에서 벗어나 세계시장을 겨냥한 경쟁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비해주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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