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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이어도와 한중관계


지난 3일 중국 국가해양국장이 이어도는 중국의 관할 해역으로 해양감시선 및 항공기의 정기순찰 범위에 포함된다고 주장했다. 이를 계기로 한중 양국 간 관할 해역 분쟁이 표면화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어도가 어디에 있는지 평소 잘 알지 못하던 많은 사람들 중에는 '한반도 서남쪽에 있는 독도 같은 섬'으로 생각하는 분들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엄격히 말하면 이어도는 섬이 아닌 수중암초로 양국 간 해양경계 획정과 관련된 것이지 해양영토상의 문제는 아니다. 국제법상 해수면 위로 솟아있는 섬에 해당되지 않고 4.6m 정도 해수면 아래에 있는 수중암초여서 섬과 같은 영유권 분쟁의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中, 한국보다 美 견제 위해 문제 제기

우리나라는 2003년 이어도 위에 해양종합과학기지를 건설해 사용하고 있다. 실효적으로 관할권을 행사하고 있는 한국의 배타적경제수역(EEZ)임이 분명하다. 중국은 이에 대해 최근까지 크게 문제 삼지 않다가 지난해부터 이어도 해역에 감시선을 보낼 수 있음을 공개적으로 표명하는 등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서해와 동중국해에서 한국ㆍ중국의 EEZ이 중첩되고 있는데 아직 해양경계 획정이 이뤄지지 않아 중국이 관할권 문제를 새롭게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한중 양국 정부 간에 해양경계 획정을 둘러싼 협상이 2009년까지 16차례에 걸쳐 있었지만 결말을 보지 못한 채 협상이 중단된 상태다.

이어도에 대한 관할권 분쟁이 지속돼 온 것도 아닌데 중국은 왜 이 시기에 해양관할권과 관련된 문제를 제기한 것일까. 많은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것처럼 이어도 주변 해역에는 원유ㆍ천연가스 등이 풍부히 매장돼 있어 고도 경제성장에 따른 엄청난 에너지 수요를 위해 에너지 자원을 확보하기 위한 것일 수 있다. 어업자원 확보와 해상안보도 고려했을 법 하다. 그러나 이런 요인들은 이미 과거에도 있던 것들이므로 이 시점에 관할해역 문제를 왜 부각시켰는지에 대한 설명으로는 부족하다. 그보다는 동아시아에서 중국의 해양권익을 수호하고 해양 진출을 위해 새로운 안보전략의 밑그림을 마련하는 좀 더 큰 전략적 차원에서 이 문제를 다루고 있다고 보는 것이 더 설득력 있다.



중국 국가해양국장의 이어도 관련 발언은 특별히 한국을 겨냥한 것이라기보다는 해양권익 수호를 강조하는 차원에서 거론한 사례 중의 하나로 보인다. 그런데 중국이 당대회 업무보고서나 국방백서에서 해양권익 수호를 강조하기 시작한 것은 오래된 일이다. 때문에 이 시점에 이어도를 포함한 해양권익 수호를 부각시킨 것은 지난해부터 본격화하는 미국의 아시아 회귀에 대응하려는 전략적 고려가 포함된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해 12월6일 후진타오 주석이 군사분쟁에 대비하라고 강조하고 해군력 강화를 지시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해양안보·신뢰구축 차원 접근을

이어도는 중국의 관점에서 볼 때 서해(황해)와 동중국해 분기점에 위치하여 중국의 태평양 진출에 있어 전략적 요충 해역으로 간주되고 있다. 때문에 이어도가 중국의 관할해역이라는 주장은 한중 관계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미국을 염두에 둔 동아시아 차원의 안보전략이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문제 제기 배경이 이러하다면 한중 간에 해양경계 획정 협상이 재개돼 경계 획정이 되면 EEZ 관할권 확보에 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단정짓기는 아직 이르다. 우리가 이어도를 둘러싼 관할권과 해양권익을 지키려면 보다 종합적인 해양안보전략 차원에서 이 문제에 접근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더욱 중요한 것은 한중 수교 20주년을 맞으면서 한중 관계를 한 단계 격상시켜나갈 수 있는 양국 간 신뢰 구축이며, 이를 위한 양국의 진지한 노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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