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산하 SH공사가 고급 관상어를 옮기는 과정에서 물고기들이 떼죽음을 당해 거액을 물어 줄 위기에 처했다. SH공사는 2008년 9월 양천구 신정3지구에 국민임대주택을 짓기로 하면서 아파트 부지에서 5년 동안 비단잉어양어장을 운영하던 박모(59)씨의 비단잉어를 충북 진천군의 다른 양어장으로 이전했다. 관상어로 사육되는 비단잉어는 최상품의 경우 마리당 수백만~수천만 원에 달하며, 정부도 세계 일류 100대 상품으로 지정한 고급 어종이다. 이전 당시 SH공사가 박씨 양어장에서 조사한 비단잉어 수량은 치어 10만마리와 성어 6,000마리, 번식을 위해 기르는 종어(種魚) 50마리 등으로 평가 금액은 12억6,000만원 정도였다. 비단잉어는 소음과 진동 등 환경에 민감하고 생육 및 관리에 전문 기술이 필요하지만 SH공사는 이 같은 점을 소홀히 한 채 용역 회사에게 물고기 옮기는 일을 맡겼다. 하지만 이 용역 회사는 시설 경비와 신변 보호, 고철 수집 등을 전문으로 하고 비단잉어 이전에는 전문성을 갖추지 못했다. 용역 회사는 이전 당일 포크레인을 동원해 양어장 둑을 무너뜨린 뒤 뜰채로 비단잉어를 포획해 잉어들이 큰 스트레스를 받게 했다. 또 2~4마리를 넣어야 할 비닐봉지에 4~7마리를 한꺼번에 담은 뒤 옮겨 잉어의 죽음을 재촉했다. 이동 과정에서 산소 공급을 위한 액체산소 및 수온 유지 기능을 갖춘 특수차량을 준비하지 않았고 충격 완화를 위한 별도의 플라스틱 용기도 마련하지 않았다. 이들은 이전 장소까지 110㎞에 이르는 거리를 일반 화물차를 이용했다. 별도의 전문 관리 인력 역시 동원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공사 현장 및 이동 과정에서 비단잉어는 90% 이상 폐사했고, 그 결과 SH공사는 혹독한 대가를 치러야 할 판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2부(부장 박희승)는 3일 박씨가 SH공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SH공사는 비단잉어를 이전할 때 충분한 주의의무를 기울이지 않았고 이를 게을리한 과실이 인정된다"며 "비단잉어 평가 금액의 90%인 11억3,500만원을 박씨에게 물어 주라"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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