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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방통위 상임위원이란 자리


요즘 방송통신위원회가 대통령 선거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굳이 정치적 이유로 대선과 방통위를 엮을 필요는 없지만 방통위 상임위원들의 행보를 보면 전혀 무관하다고 말할 수 없는 처지다.

8일 야당 측 양문석 방통위 상임위원이 느닷없이 사퇴의사를 밝혔다. 김재철 MBC 사장 퇴진 불발에 대해 책임지겠다는 것이 이유다. 이날 MBC 방송문화진흥회 이사회에서 김 사장 해임안이 부결되자 양 위원이 청와대 등 정치권의 외압이 있었다며 상임위원직을 내놓은 것이다. 그동안 양 위원은 MBC사태가 해결되지 않으면 자신이 퇴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던 만큼 사퇴 결정은 일견 책임지는 모습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책임지는 때와 방식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MBC사태가 조속히 해결되기를 바라는 시각에서 본다면 지금의 사퇴는 앞으로 방송파행이 지속되는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한 행동을 포기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MBC문제는 물론이고 정권말 통신요금, 휴대폰 보조금, 방통융합 서비스, 망중립성 등 산적한 현안을 해결해야 할 시기에 한 나라의 방통정책 최종 결정권자 중 한 사람이 자리를 홀연히 내려놓은 것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되기 힘들다.



이명박 정부 출범과 함께 탄생한 방통위가 태생적으로 정치색을 벗어날 수는 없었지만 종합편성 채널 같은 무리한 방송정책에만 매달려 통신정책은 없는 '방송중심위원회'라는 오명까지 얻은 데는 상임위원들의 책임이 가장 컸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런데도 신용섭 전 상임위원이 자의반 타의반으로 자리에서 물러나 후임으로 교체된 지 하루 만에 또 한 명이 사퇴의사를 밝힌 것은 무한 책임의식 결핍 말고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과거 한 상임위원은 회의석상에서 "우리 상임위원들은 정권이 바뀌면 물러날 사람들이지만 방통위 직원들은 책임감을 갖고 소신 있게 일해달라"고 주문한 바 있다. 대선 후 정부 조직개편을 염두에 두고 한 발언이지만 그 말은 오히려 묵묵히 일할 방통위 직원들이 상임위원들에게 바라는 바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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