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즌 유럽 챔피언스리그 우승팀 첼시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챔피언스리그에서 샤흐타르에 뜻밖의 1패를 당하기도 했지만 리그에서 첼시는 벌써부터 우승을 얘기할 정도로 쾌속 순항하고 있다. 7승1무(승점 22)로 2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격차는 승점 4점.
첼시는 누구나 인정하는 명문 클럽이다. 지난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강팀 이미지가 옅었지만 이후 로만 아브라모비치 구단주와 조제 모리뉴 감독이 '영원한 강호'의 이미지를 심어놓았다.
올 시즌 첼시의 중심이자 중심 구실을 제대로 해야만 첼시의 우승이 가까워지는 선수는 바로 공격수 페르난도 토레스다. 스페인 출신으로는 사상 최고액 이적료로 리버풀에서 첼시로 옮긴 토레스는 지난 시즌 부진으로 어마어마한 비난에 휩싸였다. 최근 스페인 일간지를 통해 본 토레스의 인터뷰가 뇌리에 깊게 박혀 있다. 지난 시즌 그에게는 디디에 드로그바라는 강력한 포지션 경쟁자가 있기도 했지만 그라운드보다 벤치가 익숙했던 결정적 이유는 결국 스스로의 마음가짐이었다는 것이다. 스페인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유스팀과 스페인 국가대표팀에서 탄탄대로만 걸어왔던 토레스는 첼시에서 잘못된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다고 한다. 출전시간과 골에 대한 집착이 팀 플레이를 가로막았다는 것. 팀이 이기든 지든 자신의 득점을 더 중요하게 생각했다는 것이다. 올 시즌 역시 전성기 시절의 토레스의 모습과는 아직은 거리가 있지만 그래도 활발하고 창의적인 공격 본능을 발휘하고 있는 것을 보면 얼마나 뼈저린 깨우침이 있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첼시에는 에당 아자르, 오스카, 후안 마타처럼 영특한 자원들이 넘쳐난다. 하지만 이들보다 토레스를 한 번 더 보게 되는 이유는 그가 시련을 딛고 팀을 위한 마음으로 골 사냥에 나서고 있다는 사실 때문이다. 토레스가 올 시즌 리그 8경기에서 넣은 골은 4골. 아직 폭발적이지는 않지만 그의 달라진 자세가 첼시의 고공비행에 기여하고 있음은 부인할 수 없을 것 같다.
/페페 세레르(대교바르셀로나 축구학교 총감독·바르셀로나 유스팀 스카우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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