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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연극 '메카로 가는길'

'메카로 가는 길'에서 주인공 헬렌과 마리우스 목사가 얘기를 나누고 있다.

‘메카’는 마호메트가 태어난 곳으로 이슬람교도에겐 동경과 숭배의 대상이다. 그러나 연극 ‘메카로 가는 길’에서 메카는 더 이상 특정 종교의 성지가 아니라 주인공 헬렌이 오랜 사회적 관습에 갇혀 있던 자신에게 용기와 희망을 북돋워주는 ‘자유’의 또 다른 이름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대표적인 희곡작가인 아돌 후가드가 지난 1984년 발표한 이 작품은 헬렌 마틴스(1897∼1976)라는 실존 인물의 삶을 극화한 것이다.

연극은 남아프리카공화국이란 낯선 공간, 그 중에서도 가장 황량한 오지의 작은 마을 뉴 베데스다에 사는 한 노파의 집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15년 전 남편을 여의고 홀로 사는 헬렌(예수정)의 집으로 도시에 사는 여교사 엘사(원영애)가 방문하면서 극이 시작된다. 극 초반 도시의 지식인으로 거침 없이 말하고 행동하는 엘사와 타인과의 관계에 서툴고 말하는 것조차 어눌한 헬렌의 대화는 지루하게 느껴진다. 무대가 긴장감을 찾는 것은 마리우스 목사(서인석)가 등장하면서다. 저녁 무렵 그의 등장을 통해 갈등 구조가 명확해진다. 헬렌은 남편이 죽고 난 뒤 교회를 나가지 않기 시작했고 이교도의 우상을 연상시키는 조각상 만들기에 빠져든다. 이를 안타깝게 지켜보던 마리우스는 헬렌이 실수로 큰 화재로 이어질 뻔한 사건을 저지르자 그를 설득해 교회에서 운영하는 노인요양시설로 보내려 한다. 비록 선의에서 비롯한 것이지만 그것은 헬렌에게 지난 15년간 쌓았던 자기 세계를 포기해야 하는 것을 의미했다. 헬렌은 남편이 죽은 뒤 주체적인 삶을 살기로 결심했으며 자신의 집을 ‘메카’로 꾸미는 것으로 자신의 신념을 실천했던 것이다.

극은 노인문제 외에도 인권, 종교, 여성, 빈민 등 사회 문제 전반을 아우르고 있다. 헬렌이 암흑을 몰아낸 촛불로 상징하는 것처럼 ‘메카’는 관객에게 심연 깊은 곳에 자리한 새로운 삶에 대한 도전을 북돋운다. “앞으로의 삶이 이전의 삶과 다르다는 것을 깨닫지 않고는 평생의 습관을 그만 둘 수 없다”는 헬렌의 외침처럼 메카를 향한 몸부림은 그래서 더 절실하고 간절하다. 22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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