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 대선후보를 뽑는 경선에서 릭 샌토럼 전 펜실베이니아 상원의원이 기사회생했다. 샌토럼 전 의원은 7일(현지시간) 동시에 실시된 미주리주 프라이머리(예비선거)와 미네소타주 코커스(당원대회), 콜로라도주 코커스를 석권하며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의 대세론에 타격을 주는 한편 보수후보 자리를 놓고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과 다시 경쟁하게 됐다.
이날 경선 개표 결과 샌토럼 전 의원은 미주리주 프라이머리에서 55%를 얻어 1위를 차지했고 롬니 전 주지사와 론 폴 하원의원이 각각 25%, 12%의 득표율로 뒤를 이었으며 깅리치는 참여하지 않았다. 샌토럼 전 의원은 미네소타 코커스에서도 45%의 득표율로 1위를 기록했으며 폴 의원 27%, 롬니 전 주지사 17%, 깅리치 전 하원의장이 12%를 득표했다. 콜로라도주 코커스 개표에서도 샌토럼 전 의원은 40%의 득표율로 35%에 그친 롬니 전 주지사를 누르고 1위를 차지했다. 깅리치와 폴은 각각 13%, 12%를 얻었다.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돌풍을 일으켰다가 한동안 주춤했던 샌토럼 전 의원은 이날 경선에서 예상 밖으로 선전해 후보사퇴론을 잠재우고 복음주의자ㆍ티파티 등 공화당 보수파의 지지를 더욱 확대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게 됐다. 특히 그에게 절실한 선거자금의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샌토럼의 압승에 대해 롬니와 깅리치 진영의 '네거티브 공방'에서 비켜나 낙태반대 등 보수색채가 강한 공약으로 공화당 유권자들의 표심을 공략한 게 주효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샌토럼 전 의원은 "롬니에 맞설 보수후보가 되기 위함이 아니라 버락 오바마에게 대항할 후보가 되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고 기염을 토했다.
반면 롬니 전 주지사는 다시 한번 보수표심 공략에 한계를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대세론을 앞세워 오는 3월 '슈퍼 화요일'까지 승부를 확정 짓겠다는 전략도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샌토럼 전 의원의 승리로 당분간 사퇴 가능성이 사라진 만큼 반 롬니 표가 깅리치 전 하원의장과 분산될 것이라는 점은 위안거리다. 롬니 캠프는 지난 2008년 공화당 대선후보가 된 존 매케인 상원의원도 당시 19개주 경선에서 패배한 사실을 거론하며 롬니 대세론에 흔들림이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깅리치 전 하원의장은 이날 일찌감치 슈퍼 화요일에 경선을 실시하는 오하이로 옮겨 선거운동을 벌였다. 미주리주 프라이머리는 대의원을 뽑는 행사가 아닌 인기투표 성격으로 미주리주 공화당원들은 3월17일 별도의 코커스를 열어 대의원을 선출한다. 미네소타 코커스와 콜로라도 코커스는 득표율에 따라 각각 40명, 36명의 대의원을 후보별로 배분한다.
공화당 지도부는 롬니 전 주지사가 대세를 장악하지 못할 경우 경선이 봄 이후까지 지속되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경선이 길어져 공화당 후보끼리 막대한 선거자금을 투입해 치고 받는 난타전이 벌어지면 정작 본선에서 경쟁력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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