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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외식(外飾)'하지 말지어다

조의준기자 <금융부>

예수의 생애가 2,000년이 지난 지금까지 유용한 이유는 그의 삶이 여전히 우리에게 감동을 주고 현실을 꿰뚫는 비유들이 시대를 초월해 적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수가 가장 싫어한 사람은 권력자도 아니고 민중을 수탈하는 세리(稅吏)도 아니었다. 바로 ‘외식(外飾)’하는 자들이었다. 고귀한 주장을 내놓으면서도 이를 뒷받침할 행동을 하지 않는 자들, 그들을 향해 예수는 ‘독사의 자식’이라고까지 비난했다. 금융노조가 올해 공동 임단협의 의제로 비정규직 노동자 급여 인상과 청년실업 문제를 위한 신규고용 창출, 정년연장을 통한 고용안정을 내걸었다. 기업의 이익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자본의 시대’에 이처럼 고귀한 주장이 또 어디 있을까. 그러나 속을 들여다보면 금융노조의 주장은 설득력을 잃는다. 당초 노조는 올해 임단협에서 2년간 임금동결을 통한 ‘노사대타협’을 추진했었다. 대신 이를 통해 비정규직의 임금을 올리고 신규고용 확대와 노조의 경영참여를 요구할 예정이었다. 금융노조의 한 고위간부도 “솔직히 외국에 가서 실태조사를 해보니 우리나라 임금이 높기는 높더라”며 “이제 전체적인 복지를 생각할 때가 됐다”고까지 말할 정도였다. 노조는 합리적이었고 모두들 이 같은 노조의 결단에 박수를 보냈다. 그러나 이 같은 금융노조의 움직임은 지난달 20일과 21일 열린 집행부 회의에서 뒤집어진다. 표결까지 가는 진통 끝에 7대18로 당초의 노사대타협안은 부결되고 임금 10.7% 인상안이 가결됐다. 여기서 이상한 것은 ‘임금동결’에서 ‘10.7% 인상’으로 노조의 목표가 달라졌음에도 나머지 부분에는 전혀 변화가 없다는 것이다. 노조는 임금인상 외에 ‘노사대타협안’에 들어 있던 모든 내용을 새로운 공동 임단협안에 그대로 넣었다. 노조는 결국 비정규직 처우 개선과 신규고용으로 ‘꽃단장(外飾)’한 뒤 임금인상과 경영참여라는 ‘칼’을 빼든 것이다. 2,000년 전 예수의 가르침은 ‘자기희생’을 통한 갈등 해결이었다. ‘부활’의 기쁨은 ‘자기희생’이 가져오는 고귀한 결과물이다. 앞으로 있을 임단협에서 금융노조가 지금처럼 ‘외식하는 자’로 남을지, 아니면 자기희생을 통한 ‘부활’의 기적을 낳을지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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