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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아침에] 저탄소 녹색성장, 속도조절 필요하다

글로벌 온실가스 감축체제 흔들<br>EU 탄소배출권 시장은 붕괴위기<br>셰일가스 붐으로 신재생도 주춤<br>강력한 온실가스 규제 옳지 않아


18대 국회가 마지막 본회의에서 탄소 배출권 거래법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도 오는 2015년부터 배출권 거래제도가 본격적으로 실시된다.

그러나 저탄소 녹색성장의 본고장이라고 할 수 있는 유럽연합(EU)에서는 탄소 배출권 거래제도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탄소 배출권 선물가격은 지난 2008년만해도 단위당 20유로대에서 거래됐으나,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10유로대로 떨어진 뒤 이제는 6~7유로까지 추락했다. 일부에서는 탄소시장의 붕괴가 오는 것 아니냐는 소리까지 나올 정도다. 이유는 유럽의 금융ㆍ재정위기로 인한 경기침체. 경기가 가라앉으면 공장가동률도 떨어지고 자연스럽게 이산화탄소 배출도 줄어든다. 이에 따라 이미 할당한 온실가스 배출량이 남아돌면서 가격 폭락을 불러왔다.

신재생에너지 산업도 주춤하고 있다.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는 아직 생산단가가 크게 높아 정부의 지원금이 반드시 필요한데 유럽 국가들의 재정위기로 보조금이 줄자 산업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 독일의 태양광 1위 업체가 파산했고 국내 태양광업체들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전세계의 온실가스 감축체제가 근본적으로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탄소 배출권 거래제도 등 온실가스 관련 제도는 배출억제라는 규제에 근거하고 있는데 글로벌 차원에서의 이 같은 규제체제 자체가 와해될 위기를 맞고 있다.

지난해 연말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열린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는 두 개의 주요한 합의를 도출했다. 첫째는 올해 말까지가 시한인 교토의정서의 온실가스 감축 체제를 계속 이어가자는 것이다. 둘째는 더반 플랫폼이라고 선진국과 개도국이 모두 참여하는 새로운 온실가스 감축합의를 2015년까지 도출해내고 각국의 비준을 거쳐 2020년부터 발효시키자는 것이다. 겉으로만 보면 그럴듯해 보인다. 그러나 속 빈 강정이다. 먼저 전자의 경우, 일본ㆍ캐나다ㆍ러시아가 교토의정서 2차 감축에 동참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미국과 중국은 기존의 교토의정서에도 참여하지 않고 있다. EU국가들을 제외하면 전세계 주요국가들은 모두 빠지는 셈이다. 두 번째 합의를 보면 2020년부터 글로벌 차원의 새로운 온실가스 감축 시스템이 작동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사실은 2020년까지 글로벌 차원의 온실가스 배출규제를 미룬 것에 불과하다. 2015년까지 합의한다고 했지만 강제력은 전혀 없다. '말로 만'인 셈이다.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사태를 계기로 전세계에 반 원전바람이 불면서 저탄소 녹색성장이 되살아나는 것 아니냐는 기대도 있다. 그러나 주요국가들이 원전대신 주목하는 것은 신재생에너지가 아닌 셰일가스, 셰일오일 등 비전통 화석연료다. 미국은 지금 셰일가스 혁명이 한창이다. 개발이 본격화되면서 천연가스 가격도 폭락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은 발전소까지 천연가스발전소로 대체하려 하고 있다. 천연가스는 기존 화석연료 중 이산화탄소 발생을 가장 적게 하는 환경친화적인 연료다. 이런 연료가 값까지 싸다고 하니 기존의 값비싼 태양광, 풍력 등이 설 자리가 없어지는 것이다.

저탄소 녹색성장은 이명박 정부의 핵심 어젠다로 지난 4년간 집중적으로 추진돼 왔다.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 역시 '남들도 하지 않는 것을 왜 우리가 먼저 나서서 하느냐'는 산업계의 강력한 반대를 무릅쓰고 입법화에 성공했다.

저탄소 녹색성장은 중ㆍ장기적으로 봐 반드시 추진해야 할 국가적 과제임에는 틀림없다. 방향이 맞기 때문이다. 또 녹색성장은 산업기술의 뒷받침이 필요하기 때문에 우리의 녹색기술력을 키우고, 전세계 관련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도 추진해야 한다.

그러나 문제는 정책의 추진 속도와 투자 규모다. 전세계 저탄소 녹색시장이 얼어붙고, 모두들 온실가스 규제에서 빠져나가겠다고 아우성인데 우리만 스스로 규제의 틀에 들어가 강력한 온실가스 다이어트를 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옳지 않다. 반 발만 앞서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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