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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죄 판결들이 오히려 민주화 열망 키웠을지도…"

'패소전문 변호사' 한승헌 변호사<br>자서전 '한 변호사의 고백' 출간

"험난한 역사의 가시덤불을 헤치고 살아온 사람이라면 후대를 위한 증언자와 기록자로서의 책무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지난 1975년 남정현 작가의 소설 '분지' 필화사건에서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사건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 현대사의 굵직한 사법사건 재판현장에 있었던 한승헌(75) 변호사는 8일 자서전 '한 변호사의 고백과 증언'을 출간한 동기를 이같이 설명했다. 한 변호사는 과거 패소율이 가장 높은 변호사 가운데 한 명이었다. '패소 전문 변호사'로 불렸을 정도다. 그는 "예수가 빌라도에게 유죄 판결을 받았기에 기독교인들에게 십자가가 있는 것처럼 그때의 유죄 판결들이 역사에 오히려 공헌했는지도 모른다. 당시 사건들이 무죄 판결을 받았다면 뜨거웠던 민주화 열망이 오히려 식었을지 모르지 않느냐"고 덤덤히 말했다. 그는 이어 "남들은 변호사를 잘 만나야 한다지만 난 나보다 훨씬 훌륭한 피고인들을 만나서 오히려 많이 배운 듯하다"고 털어놓았다. 검사생활을 5년 만에 그만뒀던 그가 보는 현재의 사법부는 어떤 모습일까. 한 변호사는 "과거의 사법부는 외부의 침해에 맞설 필요가 있었지만 요즘은 내부로부터의 침해를 경계하고 조직 분위기 등 내부적 요인으로부터 법관의 독립성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역사 증인으로서의 삶으로 가득한 책의 마지막 장에는 한 변호사의 개인적 삶과 지식인ㆍ법조인에 대한 생각이 담겨 있다. 한 변호사는 "누군가 '네가 그런 말할 자격이 있느냐'고 물을까 봐 겁이 났지만 그래도 내가 한 일이 누군가는 떠맡아야 했을 일이라는 것을 밝히고 싶었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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