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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영 기자의 一日一識] <28> 약자여 뭉쳐라, 그러면 세질 것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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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란으로 바위치기. 힘이 약한 이가 상대적으로 힘이 센 이를 상대로 하는 무모한 도전을 일컫는 말입니다. 승산 없는 즉 패기뿐인 행동을 비웃을 때 쓰이는 표현이죠. 질 게 뻔한 싸움에 무턱대고 힘을 쓰는 건 분명 어리석은 일입니다. 그렇다고 약자는 앞으로도 쭉 약자로 만족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이야기는 절대 아닙니다. 답이 없을 것 같은 상황이라도 반전 카드는 있기 마련, 전력이 약한 부대가 여기저기 흩어져있는 경우를 생각해 봅시다. 각개전투로는 이렇다 할만한 성과를 내기 힘듭니다. 여러 번 약하게 타격하는 것보다는 힘을 모아 일격을 가하는 게 더 효과적입니다. 정확한 한 방이 필요한 순간이죠. 물론 전제조건은 있습니다. 강자가 약자들의 공공의 적일 것.

지상파 방송 SBS와 MBC가 12월 1일부로 국내 유튜브에 자사 콘텐츠 서비스를 중단하기로 했습니다. 지난 6월 SBS, MBC와 JTBC 등 종편 4사, CJ E&M은 온라인 광고 사업을 대행하는 스마트미디어렙(SMR)을 공동으로 설립한 바 있습니다.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 업체와의 협상력을 키우기 위해 일종의 연합체를 구성한 것입니다. 동영상 서비스 이용자가 늘면서 시장이 커지고 있기 때문에 주도권 싸움이 본격화된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사실 온라인 동영상 시장에서 유튜브는 절대 강자임에 틀림없습니다. 코리안클릭 조사에 따르면 2014년 10월 유튜브의 동영상 스트리밍 점유율은 PC 기준으로 80%, 모바일 기준으로 50%에 달합니다. 이 같은 유튜브의 시장 장악은 콘텐츠 제작, 제공업체인 방송사와 국내의 타 플랫폼에게는 반드시 넘어야 할 큰 산이었던 셈입니다. 이에 최근 네이버는 SMR에 해당 영상의 편성권과 광고영업권, 광고로 발생하는 수익의 90%를 배분하는 콘텐츠 제공계약을 맺었습니다. 네이버는 파격 조건을 앞세워 1~2%에 불과한 TV캐스트 점유율을 끌어 올리고 방송사는 제대로 된 대접을 받기로 의기투합한 결과입니다. 혼자 힘으로는 넘어설 수 없는 상대를 만났으니 일단 뭉치기로 합의한 셈입니다.

약자의 연대가 협상력을 높여주는 사례는 주위에서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회사의 노조가 그런 역할을 합니다. 직원과 회사가 일대일로 하는 협상이라면 사측의 일방적인 요구와 직원의 수용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조직된 것이 노조입니다. 개인으로써 힘을 발휘할 수는 없지만 뭉치면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낼 수 있습니다. 때때로 그 목소리가 너무 커서 되려 기업의 발목을 잡기까지 합니다. 춘추전국시대의 ‘합종연횡’ 전략도 비슷한 경우입니다. 최대 강국인 진나라의 성장을 견제하기 위해 연, 제, 한, 위, 조, 초 등의 6국이 서로 동맹을 한 것입니다. 유명한 책사인 소진이 각 나라 군주들을 설득했고 진나라를 포위하는 수직 동맹인 ‘합종’이 성립됐습니다. 나중에 진나라를 중심으로 한 ‘연횡’책에 의해 타파되기는 하지만, 2-30여년 간 한 강대국이 중국 대륙을 지배하지 못하게 하는 데 적절한 견제 전략으로 작용했습니다.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방법으로 약자의 연대는 매우 효과적인 도구임에 틀림없습니다. 이번 결정으로 극적인 반전이 이뤄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그러나 반전에 성공한다면 플랫폼 제공업체 입장에서는 살짝 배가 아플지도 모르겠습니다. 미래의 일이라 장담은 못하겠지만 적어도 국내 시장에서 제2의 유튜브가 탄생한다면 그때는 유튜브보다 더한 ‘갑질’을 하지 말라는 법도 없죠. ‘뜨고 나면 바뀐다’는데 그때가 되면 또 다른 후발 플랫폼 업체는 더 엄청난 파격 조건으로 방송사를 유혹하지는 않을까요.

/iluvny23@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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