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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뱅크, 미국서 중국부품 안 쓴다

미국 정부, 보안유출 이유로 스프린트 인수 조건 내걸어… 민간기업 규제 첫 적용


미국과 중국의 사이버 전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일본 소프트뱅크가 미국 통신업체인 스프린트 인수 이후 기존에 쓰던 중국산 부품을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이 같은 조치는 미 정부가 보안유출을 이유로 "중국산 부품을 쓸 경우 스트린트 인수를 승인하지 않겠다"고 압력을 넣은 데 따른 것으로 중국 정부의 강력한 반발이 예상된다.

마이크 로저스 미국 하원 정보위원장은 "소프트뱅크와 스프린트가 중국 화웨이의 부품을 쓰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고 28일(현지시간) e메일 성명을 통해 밝혔다. 지난해 말 미국 정부가 "중국은 사이버 공격을 자제하라"고 구두개입하고 27일부터 정부기관의 중국산 정보기술(IT) 부품 수입을 금지한 적은 있으나 중국의 해킹 공격 의혹과 관련된 규제가 민간기업에 적용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이 같은 중국산 IT 부품에 대한 규제는 다른 민간기업에도 지속적으로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중국 기업은 지금도 미국 기업과의 인수합병(M&A)이 제한되는 마당에 미국과 다른 나라 간의 M&A 기업에 장비를 공급하지 못하는 날벼락을 맞을 수 있다.

이날 로저스는 "수차례 소프트뱅크와 스프린트 대표를 만나 화웨이 제품 대신 클리어와이어 제품을 쓰라고 요청했다"며 "최종 합병까지 양측의 이 같은 입장이 변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손정의(일본명 마사요시 손) 소프트뱅크 회장은 미국시장 진출을 위해 스프린트 넥스텔을 200억달러에 인수한다고 밝혔고 이후 미국 정보당국은 이에 대한 심사를 진행해왔다.

또한 양측은 회사의 서버, 네트워크 중계장치 등 장비와 정보처리 과정이 바뀔 경우 정부당국이 이를 감시한다는 데도 합의할 것으로 보인다고 복수의 미국 정부 당국자가 밝혔다. 이 당국자는 "이 기업이 중국 부품업체, 특히 화웨이의 제품을 쓰는지 정보당국이 예의주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측이 미국시장에서 화웨이 부품을 포기한 것은 미국 당국의 압력에 굴복한 결과다. 소프트뱅크는 일본 4세대 이동통신시장의 안테나 시스템 등에서 화웨이와 ZTE 부품을 사용해 미국시장에서도 이들 제품을 쓰는 게 비용절감 측면에서 유리한 상황이다.



화웨이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로널드 스레덕 화웨이 미국법인 대변인은 "화웨이는 고품격의 네트워크 보안기준을 준수하는 기업으로 50개의 세계 최대 네트워크 사업자 중 45개 사업자와 거래할 정도로 믿음직한 기업"이라며 "자유무역시장이라는 체제가 유명무실해졌다"고 말했다. 또한 중국 정부가 자신들을 관할해 관련정보를 빼가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부인했다.

미국 정보당국은 13일에도 독일의 도이치텔레콤이 소유한 미국 내 4위 이동통신 업체 T모바일과 메트로PCS와의 합병을 승인하면서 어떤 장비를 보유했는지 보고하고 만약 새로운 부품을 쓸 경우 이 역시 통보하라는 조건을 단 바 있다. 이에 대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정보당국이 최근의 인수 사례를 계기로 통신시장에서의 (중국 기업) 감시를 공식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앞으로 중국산 IT 부품에 대한 감시가 더욱 확대될 것이라는 이야기다.

이에 따라 미국과 중국 간 사이버 긴장은 한층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해 10월 "화웨이나 ZTE가 미국의 안보를 위협하니 미국 기업은 거래를 자제하라"는 지침을 통보했고 이에 중국 상무부도 "자유무역원칙을 위반한 것으로 양국 간 협력을 해칠 수 있다"고 맞불을 놓았다. 올 들어서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중국의 해킹을 문제 삼았고 제이컵 루 미국 재무장관은 리커창 중국 총리와 사이버 공격을 두고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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