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시장 침체로 대형 아파트를 중형으로 설계변경하는 재건축조합이 등장했다. 특히 이 조합은 지난 2006년 대형 아파트를 배정받지 못한 일부 조합원들이 소송까지 제기했던 곳으로 최근 시장에서 소형 아파트의 인기가 치솟으면서 불과 4년 만에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13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의왕시 내손동의 '대우사원주택 재건축조합'은 8월 말 조합원 총회를 개최해 대형 주택형을 중형으로 바꾸는 '설계변경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조합은 원래 짓기로 했던 191㎡형(이하 공급면적 기준)과 221㎡형 물량을 대폭 줄이는 대신 계획안에 없던 128㎡형과 141㎡형을 새로 짓게 된다. 이 아파트 재건축 시공사의 한 관계자는 "설계변경을 진행하면 준공시기가 6~7개월 이상 늦어지는 만큼 이에 따른 금융비용 부담도 늘어난다"며 "그러나 대형 아파트에 대한 인기가 떨어져 미분양 우려가 높다는 판단에 조합원들이 현명한 판단을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 설계변경으로 새로 짓는 아파트의 용적률이 249%에서 246%로 줄고 연면적 역시 44만㎡에서 43만여㎡ 로 줄어들게 된다. 원래 이 사업은 2006년까지만 해도 조합원들이 저마다 대형 아파트를 배정받기 위해 소송까지 벌어졌던 프로젝트다. 일부 조합원들이 큰 주택형을 배정받지 못한 데 대한 불만으로 관리처분 무효 소송을 제기해 승소 판결까지 받았던 것. 소송에서 패한 조합은 결국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다시 주택형 신청을 받았지만 정작 이번에는 조합원들이 대형 아파트를 기피하면서 중ㆍ소형에 몰렸다. 이에 따라 당초 조합원들이 다툼까지 벌였던 중대형 아파트는 고스란히 일반분양분으로 돌리게 됐다. 여기에 소송 등으로 사업이 지연되면서 금융비용까지 늘어나 조합원들은 1인당 7,560만원의 분담금을 추가 부담하게 돼 이래저래 손해만 늘어난 셈이다. 인근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부동산시장이 호황일 때는 모두 대형 배정이 안 돼서 싸우더니 이제 와서는 모두 대형을 기피하는 상황이 돼버렸다"며 "7,000만여원의 돈을 더 지불하고 조합원이 받게 된 게 결국 중소형 아파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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