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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현칼럼] 기업의 사회적 책임 강제할 일 아니다

전략적 CSR은 비즈니스 활동<br>시장논리에 의해 결정돼야<br>지나친 동반성장 강요는<br>글로벌 경쟁력 약화시켜


"주한 외국기업들도 한국의 지역 사회와 나누는 사회적 책임(CSRㆍ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활동을 강화해나가겠습니다." 얼마 전 새로 선임된 외국기업협회장의 말이다. 만시지탄(晩時之歎)이지만 그동안 나 몰라라로 일관하던 외국기업들도 이제 사회적 책임을 인식하는 것 같다. 외국기업들은 엄청난 순이익을 올리면서도 한국 사회에 환원하는 데는 인색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러나 근래 한국의 비즈니스 환경이 동반성장을 강조하고 적합업종 선정, 성과공유제 등 점점 포퓰리즘 성격을 띠는 양상이 그냥 버티기는 어려운 분위기를 감지한 것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국기업들은 사적으로는 자본과 기술을 들여와서 일자리와 소득을 늘리고 세금을 내면 그것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우리 사회에서 기업은 건실하게 자기 사업을 하고 이해관계자들을 속이거나 법규를 어기지 않고 값싸고 품질 좋은 상품을 만들어서 돈을 버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은 것 같다. 특히 대기업은 '착한 기업', 사랑 받는 기업으로 살아남기 위해 이윤추구보다 사회적 책임을 다하라는 요구를 각계로부터 받고 있다. 기업은 근로자를 잘 대우해야 하고 고객 및 협력업체들과 동반성장해야 한다. 비윤리적인 투자를 삼가고 에너지를 절약하고 환경을 보존하며 자원을 재활용하는 등 실로 광범위한 기업윤리 활동을 포함한다. 그 바람에 대기업들은 CSR에 관련된 지출이 크게 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에 대한 평가는 인색하기만 하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것은 나름대로 긍정적인 면이 있다. 시장은 불완전하기 때문에 기업활동을 시장에만 맡길 경우 근로자나 협력업체를 부당하게 대우하는 등 공익을 저해할 수도 있다. 이를 바로 잡고 착한 기업시민으로서 사회에 공헌하도록 함으로써 보다 따듯하고 아름다운 자본주의를 만들자는 취지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이런 주장이 시장경제를 훼손하거나 사유재산제도 및 경쟁원리를 대신할 수는 없다. 이런 주장은 사실상 기업의 이윤추구가 주주뿐 아니라 모든 이해관계자의 이익을 가장 잘 돌본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하는 데서 생기는 오해다. 기업이 돈을 벌기 위해 일자리를 만들고 질 좋은 물건을 값싸게 생산할 때 기업이 사회에 올바르게 공헌하게 된다. 시장이 경쟁적이며 기업이 경영을 투명하게 한다면 법을 어기고 소비자ㆍ투자자ㆍ근로자ㆍ협력업체 등 이해관계자들을 부당하게 대우할 수는 없다. 결국 돈 잘 벌고 경쟁력 갖춘 기업은 장기적으로 누가 강제하지 않더라도 이해관계자들과 좋은 관계를 지속한다. 기업의 이타적 봉사나 인위적인 동반성장지수보다 돈을 벌려는 이윤동기가 사회공헌에 더 잘 기여한다는 얘기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사람들은 이것은 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한 핵심전략이며 이를 소홀히 하는 기업은 소비자로부터 신뢰를 잃고 거래도 제한된다고 주장한다. 전략적 CSR은 기업이 사회ㆍ환경에 재투자함으로써 사회적ㆍ경제적 이익을 얻는 비즈니스 활동이다. 기업이 일방적으로 주는 것이 사회적 공헌이라면 CSR은 기업과 사회가 동반성장하는 전략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사회환원 활동은 정부의 강요가 아니라 시장논리에 의해 결정돼야 한다. CSR은 단순한 자선활동을 넘어 기업이 이익을 만드는 방법이며, 글로벌 비즈니스 환경에 맞게 진화해야 한다. 기업윤리나 사회적 책임을 내세워서 기업에 또 하나의 준조세 부담을 주는 것은 협력업체나 소비자 등 사회에 득(得)보다 실(失)이 될 수도 있다. 기업이 사회공헌에 쓸 재원을 연구개발(R&D) 및 투자에 활용한다면 더욱 저렴하고 품질 좋은 상품을 공급하고 일자리도 더 늘릴 수 있지 않겠는가. 또 이익공유제 등 동반성장을 강요하는 움직임이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 국내기업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사회적 책임을 강요하고 외국기업에 대해서는 관대하다면 CSR은 국내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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