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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중소ㆍ중견기업 지원보다 자립이 중요하다

정부가 올해 중소기업에 대한 시설투자자금 공급규모를 5조3,000억원 늘리는 등 금융ㆍ세제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성장 사다리를 위해 중견기업에 대한 인센티브 지원과 같은 맞춤형 정책을 내놓고 내년에 2조원 규모의 창조경제특별보증을 실시한다는 내용도 담았다. 경기침체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에 반가운 소식임이 분명하다.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민간 부문의 투자의욕을 돈과 세제혜택으로 끌어내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신흥국 금융시장 불안 등 대외악재에 대비하지 않으면 미약하게나마 회복기미를 보이는 우리 경제가 다시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의식도 작용했을 터다. 틀리지 않은 정책판단이다.

하지만 돈만 푼다고 투자가 늘어나고 경쟁력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우리 중소기업 지원제도는 자타공인 세계 최고 수준이다. 최근 5년간 쏟아 부은 정책자금만도 50조원에 달하고 투자와 융자까지 포함하면 140조원에 이른다. 그럼에도 효율성은 미국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정책지원이 기업의 경쟁력 강화로 연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금지원이 정책의 중심에 놓이면서 생겨난 필연적인 결과다.



대기업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하도급 체계, 경쟁이 제한된 납품구조와 같은 시스템 개선 없이 돈으로만 해결하려 드니 자생력이 생길 리 없다.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을 확대하는 것 역시 피터팬증후군을 확산시킬 뿐이다. 기술개발을 하지 않아도, 세계시장에 나가지 않아도 금융기관과 신용기금에서 자금을 받아 충분히 먹고 살 수 있는데 누가 모험을 할까. 정부가 오히려 기업의 경쟁력을 가로막는 아이러니다.

중소ㆍ중견기업 정책도 이젠 새로워질 필요가 있다. 부처별로 산재한 정책자금 관리기능을 체계적으로 정비해 중복지원을 막고 왜곡된 시장구조도 개선해 스스로 설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하는 게 먼저다. 효용성이 떨어지거나 실적이 미미한 정책은 과감히 구조조정해 기업의 정부 의존도를 낮추는 것도 방법이다. 우리 중소기업이 혁신을 통해 자립성을 키우는 것이야말로 정부 부담을 줄이고 경제의 성장잠재력을 높이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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