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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정보의 바다에서 뭘 건졌나
입력2006-08-17 17:02:32
수정
2006.08.17 17:02:32
기술의 발전은 우리를 한없이 편리하게 하지만 반대로 한없이 게으를 수 있게 한다. 리모컨으로 조절할 수 있는 가전제품이 점점 더 많아지면서 우리의 움직임은 줄어들고 키보드에 앉아 손목만 움직이면 아주 간단히 남의 생각까지도 손에 넣을 수 있다.
정보를 공유하고 이용하는 건 좋은 일이지만 더러는 근거 없는 이야기가 퍼져도 내가 미처 판단하고 생각할 여지도 없이 다수의 의견들이 그럴듯해 보인다. 그래서 나도 대충 맞장구를 치거나 똑같은 목소리로 성토하기도 한다.
정보가 너무 많으면 오히려 내가 생각할 여지는 줄어든다. 정보량과 생각과의 관계는 반비례에 가깝다. 요즘은 왜 그렇게들 뭘 못 찾아서 안달일까. 대학생들은 리포트를 쓰기 전에 우선 열심히 인터넷을 뒤지고 사회적 이슈에 대해서는 남의 사족을 찾아보는 일에 재미를 느낀다. 극단적으로 말해 정보가 너무 많은 것은 없는 것과 같다. 정보량이 많으면 생각하는 부분이 적어질 수밖에 없다.
인터넷이 e메일 사용 등을 통해 획기적으로 업무시간을 단축시켰지만 거기서 단축된 시간은 바로 그 인터넷 사용으로 또다시 쏟아부어지고 있다. 문제는 사용시간이 아니라 얼마나 잘 이용하느냐 인데 한 조사에 의하면 게임ㆍ채팅ㆍ음란물ㆍ동영상교환 등 새로운 부가가치를 생성하기보다는 소비적 측면이 주류를 차지하고 있었다. 소비가 나쁜 것은 아니다. 문제는 그 소비가 창조성 맞바꾸어진다는 데 있다.
이제는 인터넷 문화가 질적으로 성숙할 시기에 와 있다고 본다. 소비적인 측면을 없애거나 이용하지 말자는 게 아니다. 올바른 성숙이란 부정적인 것을 극복했을 때를 말한다. 인터넷 문화도 게임중독, 지나친 소비조장과 같이 위협적인 요소를 인정하고 그것들을 극복해가는 방법에서 찾아질 일이다. 그래서 나는 우리 아이들이 그 유혹에 솔깃한다고 해도 그것을 허겁지겁 막고 덮으며 모른 척 살게 하고 싶지는 않다. 오히려 이 세상이 선의와 순진성으로만 이뤄지지 않았음을 그것들을 통해 깨닫고 확인하며 제대로 극복해가기를 바란다.
오늘 하루 인터넷 이용시간 중 나의 사회생활이나 일반적인 활동과 어떻게 연결됐는지를 한번쯤 생각해보기를 바란다. 몸에 이로운 음식만 먹는 것이 반드시 건강에 좋은 것만 아니듯이 때로는 해로운 것, 필요 없는 것을 통해서 위안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창조적 측면과 소비적 측면이 균형 있게 자리잡아야 하는데 지금 우리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균형을 잃고 있는 게 아닌가 한 번쯤 고민해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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