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시민단체와 결합해 촛불집회에 10만여명이 참여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자 새누리당은 국민 여론의 역풍을 맞게 될 것이라고 맞서고 있다. 이에 따라 10일 서울 광장에서 열리는 촛불집회 참여 규모 등이 앞으로 정국의 중요 분수령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이날 주요 당직자 회의에서 "민주당은 5년 전 촛불의 추억에 사로잡혀 민생이라는 대의명분을 내팽개치고 있다"며 "폭염 속에 벌이는 대선 불복운동이 악몽의 기억으로 남지 않게 하루 속히 국회로 복귀해 민생에 전념하라"고 비판했다.
전일 최고위원회에서 민주당의 원내 복귀를 요청한 뒤 다시 한번 촉구한 것이다.
민주당이 시민단체 주도의 촛불집회에 전국의 당원에게 총동원령을 내리며 10만명이 참여할 것이라고 자신한 데 대한 응답인 셈이다.
이에 반해 민주당은 10일 열리는 대규모 촛불집회를 계기로 대여 투쟁 수위를 높여나간다는 전략이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주의 회복에 나선 국민, 민주당과 이에 역행하는 집권세력이 한판 대결을 벌이는 중"이라며 "국정원 개혁을 위한 국민 함성이 전국 방방곡곡으로 울려 퍼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이어 10만명 참여를 목표로 추진하는 촛불집회를 언급하면서 "나라를 사랑하고 걱정하는 국민의 적극적인 참여를 기대한다"고 시민의 참여를 독려했다.
전병헌 민주당 원내 대표도 "새누리당의 광장 공포증이 재발했다"며 "국민의 분노가 전국에서 폭발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만큼 새누리당은 국정원 대선 개입에 대한 진실 규명을 더는 방해하지 말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새누리당은 이에 장외투쟁과 촛불집회를 이끌고 있는 김 대표 등 지도부에 대해 맹공을 퍼부었다.
홍문종 새누리당 사무총장은 "(김한길 체제가 100일을 맞았지만) 합리적 리더십은 실종 되고 당내 강경파에 끌려다니는 모습에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이에 따라 국정원 국정조사와 여야 영수회담을 놓고 꼬일 대로 꼬인 대치 정국은 10일 촛불집회를 기점으로 변화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은 기대한 대로 10만명 이상이 참여하는 등 집회가 성공적일 경우 대여 투쟁 수위를 높여갈 가능성이 높다. 반면 기대 이하의 집회 성적이 나올 경우 당 지도부는 강경파에 끌려다녔다는 비판과 함께 심각한 내홍에 휩싸일 가능성이 크다.
실제 11일로 취임 100일을 맞는 김한길 대표 체제는 국정원 대화록 정국에서 친노와 구주류에 휘둘리고 있다는 당 안팎의 비판을 받았다. 김 대표는 이를 불식시키기 위해 지난 1일부터 대여 강경 투쟁 노선을 선포한 뒤 서울광장 앞에 천막당사를 만드는 등 장외투쟁에 나섰다.
김 대표 입장에서는 10일 촛불집회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경우 서울광장에서 회군할 수 있는 실리와 명분을 얻게 돼 10월 재보선과 내년 지방선거에서 주도권을 거머쥘 수 있지만 반대의 상황일 경우 리더십에 상처를 입는 등 위기에 봉착할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예상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