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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책현안에 대한 박승 총재의 苦言

퇴임을 앞둔 박승 한은 총재가 출자총액제한제도와 금융ㆍ산업자본 분리원칙의 완화나 폐지를 지적하고 나섰다. 이들 문제는 최근 윤증현 금융감독위원장과 열린우리당 강봉균 정책위의장이 제기한 사안이기도 하다. 금융감독당국과 여당의 정책 최고 책임자들에 이어 한은 총재까지 나선 것은 제도개선의 필요성이 그만큼 크다는 반증이다. 박 총재는 어제 한 강연에서 “과거 재벌들이 부채에 의존해 양적으로 팽창하던 시기에는 출총제나 금산분리원칙이 필요했지만 기업의 국내투자가 절실한 현 시점에는 재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런 제도로 인한 국내자본 역차별 부작용도 지적했다. 사실 박 총재의 지적은 새삼스러울 게 없다. 많은 전문가들이 한참 전부터 수없이 지적해온 것이기 때문이다. 출총제나 금산분리는 대기업집단의 지배구조 개선, 무분별한 확장, 금융지배를 막기 위해 도입된 제도로 그 동안 적지않은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그에 못지않은 폐해가 나타나고 있다. 출총제는 기업투자를 가로막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우리경제의 핵심과제 중 하나가 고용창출과 성장잠재력 확충이며 이를 위해서는 투자활성화가 절실하다는 점을 생각하면 여간 딱한 일이 아니다. 금산분리는 외환위기 후 국내 은행들이 대거 외국자본으로 넘어가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은행인수 여력을 가진 곳은 대기업 밖에 없었는데 금산분리원칙에 막혀 외국자본, 그것도 단기차익을 우선시하는 자본에 넘어간 것이다. 여당 및 일부 시민단체, 공정거래위원회 등은 출총제 폐지 등에 대해 개혁후퇴라며 강력 반대하고 있으나 그렇게 볼 일은 아니다. 무엇보다 시장의 감시와 응징이 과거와 비할 수 없을 만큼 강해지는 등 상황이 달라졌다. 부실계열사 지원, 변칙적 경영권 승계 등은 소액주주와 시민단체들의 문제제기나 소송 등으로 쉽게 이뤄지기 어렵게 됐다. 또 생보사 상장 난항에서 보듯 고객이 금융사에 맡긴 돈을 오너들이 사업확장이나 계열사지배에 마음대로 사용하는 것도 힘들어졌다. 여건이 달라지면 정책도 달라져야 한다. 지배구조 문제 등은 시장의 감시강화를 통해 추구하고 규제는 과감히 푸는 게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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