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의 기상이변으로 곳곳에 물 부족 사태가 생기면서 글로벌 농산물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중국 등 동남아의 극심한 가뭄으로 고무ㆍ면화 값이 치솟고 차ㆍ과일ㆍ커피ㆍ사탕수수 등의 가격도 출렁이고 있다. 태국ㆍ베트남ㆍ라오스ㆍ캄보디아 등 메콩강 유역 국가들은 중국이 상류의 댐을 막아 하류의 물이 고갈돼 더 이상 벼농사를 지을 수 없다며 강력하게 항의, 국제분쟁을 일으킬 태세다. ◇고무 가격 58년 만에 최고치=1일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는 천연고무 가격이 지구촌의 기상변화로 지난 1952년 이후 58년 만에 처음으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천연고무 가격은 지난 3월31일 뉴욕 상품시장에서 ㎏당 3.52달러를 기록하며 약 60년 전의 3.50달러 벽을 마침내 넘어섰다. 월가발 금융위기가 최악으로 치닫던 2008년 12월에도 ㎏당 1.10달러에 불과했던 것을 감안하면 불과 15개월 만에 220%가량 폭등한 셈이다. 최근 도쿄 상품거래소에서도 고무 선물 가격(9월 인도분 기준)은 18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며 ㎏당 310엔선을 넘나들고 있다. 이 같은 고무 가격 상승은 심각한 가뭄으로 세계 최대 생산국인 태국의 공급 감소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기후변화에 따른 엘니뇨 현상으로 십여년 만에 태국 북부에 심각한 겨울가뭄이 나타나 이 지역 주산물인 고무의 작황 부진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세계 4위의 고무 생산국인 인도 역시 극심한 가뭄을 겪고 있어 올해 고무 생산량은 예년에 비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고무 가격 인상으로 타이어 가격도 출렁이고 있다. 세계 7위인 한국타이어를 비롯한 각국 타이어 생산업체들은 최근 고무 가격이 상승함에 따라 타이어 가격을 인상한 데 이어 추가인상을 저울질하고 있다. ◇메콩강 일대 국제 물 분쟁 조짐=최근 중국 남부와 함께 사상 최악의 가뭄으로 신음하고 있는 메콩강 유역에 물 부족이 지속되면서 인접한 나라들 간에 국제적인 물 분쟁이 일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최근 태국ㆍ베트남ㆍ라오스ㆍ캄보디아 등 메콩강위원회(MRC) 4개국의 일부 학자와 주민들이 메콩강 수위가 20년 만에 최저로 낮아진 것과 관련, 중국이 메콩강 상류인 란창(瀾滄)강에 댐을 건설한 것이 원인이라고 중국 측에 항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측은 최근 란창강 주변에 11개의 수력발전용 댐을 건설하면서 하류에 물 공급을 중단하고 있다. MRC 4개국은 3~5일 태국의 해안도시 화힌에서 회의를 갖고 중국 측에 메콩강 유역의 가뭄과 관련한 책임을 물을 예정이라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회의 참석자들은 이와 관련해 각국 주재 중국 대사관에 메콩강 고갈 사태의 책임을 촉구하는 항의 서한을 전달할 예정이다. 통신에 따르면 중국과 미얀마에서 발원해 라오스ㆍ태국ㆍ캄보디아ㆍ베트남까지 4,350㎞를 흐르는 메콩강은 최근 세기적인 가뭄으로 일부 구간의 수위가 33㎝까지 낮아져 수상운송이 중단되고 어업과 농업은 물론 유역민의 식수 공급에도 차질을 빚고 있다. 중국은 메콩강 유역 국가들의 회의에 대표단을 파견해 란창강 상류지역의 댐과 관련한 구체적인 자료를 제공하고 메콩강 하류의 수위 하락은 중국 측의 책임이 아니라는 점을 밝힐 방침이다. ◇국제 농산물 가격 변동성 심화 우려=이 같은 상황에서 중국 등 아시아 공업국들의 농산물에 대한 수요 증가는 국제 농산물 가격을 앙등시킬 또 다른 위협요인으로 등장하고 있다. 올 들어 경기회복이 가시화되면서 중국ㆍ인도ㆍ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각 국의 식량 수요는 물론 고무ㆍ면화 등 공업원료에 대한 수요도 점점 증가하고 있다. FT는 중국의 1~2월 고무 수입량은 지난해 대비 80%가량 늘었고 이 같은 추세가 지속되면 오는 2019년까지 국제 고무 수요는 올해보다 35%가량 증가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지구촌 곳곳의 기후변화로 농산물의 작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경기회복세에 따른 수요 증가는 국제 농산물 가격의 변동성을 증폭시킬 수 있다고 경고한다. 런던 금융가의 한 애널리스트는 FT와의 인터뷰에서 "올해 중국 등 아시아 각국의 성장세가 예상보다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최근 상품가격 상승의 원인이 되고 있다"면서 "특히 투자 기회를 찾아 아시아 시장으로 해외자금이 밀려들고 있는 상황에서 상품가격의 급등은 투자심리를 뒤흔들어 가격변동성을 높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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