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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는 지난주 큰 고비를 넘겼다. 대통령 탄핵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마무리됨으로써 그동안 국민들에게 드리워졌던 먹구름도 걷히고 새 지향점을 향해 다시 출발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 부담을 덜고 새로운 시각을 확보한다는 것은 정치개혁과 경제활력에 대한 국민들의 열망이 그만큼 크다는 것을 뜻한다. 이 가운데 정치개혁은 지난 총선에서 드러난 민심을 어떻게 반영할 것인지 고심하고 있는 정치권의 몫이 될 것이다. 그러나 경제활력은 내부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살림살이에 어려움을 느끼고 외부적으로도 악재가 산재해 있다는 점에서, 정치권은 물론 사회 구성원 모두가 이뤄내야 하는 지상과제이다. 우리 경제는 그동안 가파른 수출 성장세에 힘입어 근근이 버텨왔으나 신용불량자와 가계부채 문제가 정비되지 못한 가운데 고유가, 차이나 쇼크, 미국의 금리인상 가능성 등 불안요인이 겹치면서 위기가 재발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중국과 미국발 악재는 내수침체라는 무거운 짐을 끌어안은 채 성장을 홀로 견인했던 수출을 정면에서 가로막는 장애물이라는 점에서 결코 경계심을 늦출 수 없다. 이 상황에서 필요한 것은 목표를 뚜렷이 하고 우리가 가진 모든 힘을 그곳에 집중할 수 있는 능력이다. 경제 부총리의 말처럼 ‘망망대해에 떠 있는 배가 꿈쩍도 하지 않는 상황’을 더이상 방치해서는 안된다. 그간 흩어졌던 국론과 역량을 한 군데로 모아 우리 스스로의 힘으로 현재의 경제난국을 정면 돌파할 수 있어야 한다. 1220년 칭기즈칸 휘하의 3개 부대는 오늘날의 이란ㆍ우즈베키스탄ㆍ아프가니스탄 등으로 이뤄진 콰라즘 제국의 거점도시인 코젠을 공격해 함락시켰다. 견고한 성벽과 바리케이드에 의지한 코젠 군인들은 격렬하게 저항했지만 몽골군이 8시간 간격으로 병력의 3분의1씩을 교대로 투입하면서 쉬지 않고 공세를 퍼부은 결과 무너지고 말았다. 600년 뒤인 1805년 12월, 나폴레옹이 거둔 가장 큰 승리 중 하나로 기억되는 아우스터리츠 전투 역시 집중이 낳은 승리였다. 러시아ㆍ오스트리아 연합군은 상대보다 수적으로 우위에 있었을 뿐 아니라 위치도 유리했지만 나폴레옹은 러시아군이 점령하고 있던 프라첸 고지에 공격을 집중시킴으로써 불리한 여건을 단숨에 뒤집을 수 있었다. 결정적인 시기에 전력을 집중할 수 있는지 여부가 현재의 생존은 물론 선진국 진입의 성패를 가름한다. 지금이야말로 선두에 선 수출을 중심으로 한국경제의 집중된 힘을 보여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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