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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산층 재테크 길을 잃다] 세금 우대 줄줄이 없애 돈굴리기 한계… "절세상품 소득기준 완화를"

세금우대·장마저축서 빠져나간 돈 갈곳 없어

내년 도입 '한국형 IWA' 문턱 과감히 낮춰야


"일단 5~6%의 이율을 보장하는 주가연계증권(ELS)에 가입하고 증권사 머니마켓펀드(MMF)를 활용해 남는 돈을 굴리십시오." (A시중은행 프라이빗뱅커) "해외 펀드나 우량기업 채권 등에 투자해보십시오. 시중은행보다 금리가 1~2%포인트 높아 자산가들이 많이 이용하는 편입니다." (B시중은행 프라이빗뱅커)

시중은행의 자산관리(WM) 담당자들에게 중산층의 재테크 방법을 묻자 돌아온 답변들이다. 꽤 많은 상품들이 거론되지만 안전자산 비중을 줄이고 위험자산을 늘리라는 것으로 요약된다. 1%대 금리 시대에 단순 예적금만으로는 답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문제는 중산층이 일일이 손실을 따져가며 설계구조가 복잡한 고위험 금융 상품에 가입하기가 쉽지 않다는 데 있다. 대부분의 중산층이 여전히 금융위기 시절에 반토막 난 펀드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중산층의 비과세 혜택을 줄이면서 예적금의 세제 혜택을 활용할 수 있는 창구까지 막혔다. 재형저축이나 소득공제장기펀드 등 대표적 절세 상품들은 중산층의 가입이 원천적으로 차단된 가운데 서민층으로부터는 외면 받고 있다. 정부가 내년부터 한국형 개인자산관리종합계좌(IWA)를 도입해 예적금·보험 등에 포괄적인 비과세 혜택을 줄 방침을 밝히면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소득 기준 등에 대한 전향적인 고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라진 비과세…안정된 목돈 굴리기 수단이 없다=중산층에게 주어지던 비과세 혜택은 나날이 줄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해를 끝으로 사라진 세금우대종합저축이다. 20세 이상의 성인이면 누구나 1,000만원까지 가입할 수 있었던 이 상품은 이자소득세를 9.5%만 물려 인기를 끌었지만 불입한도가 점차 줄더니 결국 사라졌다.

정부는 세금우대종합저축을 대신해 전 금융기관 통합 5,000만원까지 비과세 혜택이 되는 비과세종합저축을 내놓았다고 생색을 냈지만 사실상 특정 계층만 겨냥한 상품이다. 만 61세 이상이거나 장애인·독립유공자·기초생활수급자·국가유공상이자·고엽제후유증환자 등만 가입이 가능하다.

정부는 지난 2012년에도 분기별로 300만원 이하를 저축하면 줬던 장기주택마련저축의 비과세 혜택을 없앴다. 당연히 이 상품에 예치된 돈은 빠져나갔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장기주택마련저축의 잔액은 1월 4조9,951억원을 기록해 1년 사이에 1조2,000억원가량이 줄었다. 2004년 세제 혜택이 사라진 주택부금 또한 올 1월 9,729억원을 기록해 1년 전에 비해 1조1,000억원 감소했다.



이렇게 빠져나간 중산층의 돈은 갈 곳을 잃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은행에 예치된 적금규모는 지난해 말 38조4,118억원에서 올 들어 38조375억원으로 대폭 줄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정기적금은 예전부터 중산층이 선호하는 가장 대표적인 재테크 수단"이라며 "적금에서도 빠져나간다면 그만큼 은행을 통한 자산 굴리기가 한계에 부딪혔다는 방증"이라고 설명했다.

◇서민에게도 외면당하는 '서민용 절세 상품'=정부가 중산층에 대한 비과세 상품을 없애면서 서민층을 위한다고 내놓은 절세 상품들은 막상 서민들에게도 외면 받고 있다. 대표적으로 2013년 3월, 18년 만에 부활한 재형저축은 가입자 수가 2013년 7월을 정점으로 꾸준히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재형저축은 2013년 6월 183만계좌로 정점을 찍은 후 올 2월에는 156만계좌로 내려앉았다. 지난해 3월에는 5만2,000계좌가 한꺼번에 빠져나가기도 했다.

재형저축은 3.2~4.5%의 이자를 제공해 기본이율 자체가 크고 이자소득세(15.4%) 면제 혜택까지 덤으로 제공한다. 요즘 같은 초저금리 시대에서는 파격적인 상품인 셈이다. 하지만 이 같은 혜택을 모두 받으려면 의무가입 기간인 7년을 채워야 한다. 3년 전에 해지할 경우 이자율은 2% 이하로 떨어진다. 재형저축 가입 가능 조건이 연봉 5,000만원 이하의 직장인인데 이 조건에 맞는 직장인들은 대부분 사회초년생들로 결혼 등의 과정을 고려하면 돈을 7년 동안 묶어두기가 쉽지 않다.

시중은행 여의도지점의 한 창구직원은 "지난 1년간 재형저축 가입을 문의해오는 고객은 들어보지 못했다"며 "소득 기준이 까다로운데다 돈을 수년간 묶어둬야 하는 부담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른 은행의 한 상품 담당자도 "이런 절세 상품은 장기 목돈 마련을 준비하는 중산층을 타깃으로 설계돼야 지속적인 수요를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소득공제장기펀드도 마찬가지다. 소득공제장기펀드는 1년간 최대 600만원을 납입할 수 있으며 납입금의 40%까지는 소득공제를 해준다. 하지만 의무가입 기간인 5년을 채우지 못할 경우 납입금의 6.6%를 추징금으로 내게 된다. 가입 기준 역시 연봉 5,000만원 이하만 가능하다. 펀드 상품이기 때문에 운용사를 잘못 선택했을 경우 원금손실 우려까지 있다. 이 같은 제한 때문에 소득공제장기펀드 계좌는 지난해 6월 말 25만4,327계좌에서 올 2월에는 23만5,438계좌로 급감했다.

이에 따라 정부 차원에서 중산층의 재테크 지원을 위한 제도 도입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많아지고 있다. 내년에 시작될 한국형 IWA도 중산층의 금융자산 축적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설계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IWA는 예적금과 펀드·보험 등을 한 계좌에 넣어 관리하면 여기에서 발생하는 이자·배당 소득에 대해 비과세 혜택을 부여하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IWA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소득 기준이 7,000만~9,000만원 수준으로 정해지고 비과세 한도는 연간 1,500만~2,000만원 이하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시중에 떠도는 부동자금과 낮은 저축률, 꽉 막힌 중산층 재산 증식 방법 등을 고려하면 소득 기준을 과감히 완화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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