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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행동이 마뜩하지 않더라도 '그럴 수 있겠구나'라고 마음먹어 보세요. 어제와 다른 나 자신이 될 용기가 있어야 번민과 걱정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최근 서울 삼성동 봉은사에서 열린 '힐링멘토와 함께하는 행복여행' 강연자로 나선 정목(사진) 스님은 끊임없는 마음의 고통을 끊고자 한다면 결단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정목 스님은 지난 1990년 불교방송 개국 때 '불교계 첫 비구니 DJ'로 활약하면서 혜민·원빈 스님 등과 함께 국민 힐링멘토로 떠올랐다. 서울 성북구 소재 정각사 주지이며 인터넷 '유나방송'을 직접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말 서울 명동성당에서 천주교 신자들에게 강연하기도 했다.
정목 스님은 "백척간두 진일보(百尺竿頭 進一步)처럼 습관화된 자신의 방식과 행동을 바꾸기 위해 죽음과 같은 공포를 이겨내고 용감하게 한발 내디뎌야 한다"고 설파했다. 먼저 실천할 일은 존중과 자비심이다. 그는 인도 시성(詩聖) 타고르의 일화를 소개했다. 타고르는 어느 날 무단 지각한 하인이 늦은 이유를 고하지 않고 일만 하자 크게 화를 냈는데 이유인즉슨 하인의 딸이 지난밤 세상을 떠났다는 것이었다. 정목 스님은 "타고르가 훗날 '상대에 대한 이해가 없을 때 사람이 얼마나 잔인할 수 있는지 깨닫게 됐다'고 회고했다"며 "우리는 가족·자식과 주변 사람들에게 이해할 수 없다며 화를 내지만 정작 고뇌에 갇혀 맴돌고 있는 그들을 어제와 조금도 다르지 않은 마음과 방식으로 대하고 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덕행 실천은 자신 의지와 인격에 달려 있다. 그는 "번뇌와 욕망을 피할 자유도 자신에게 있다"며 "자기 자신을 경영하는 최고경영자(CEO)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걱정은 흘러가는 강물에 불과하다"며 "설사 자신이 건강하지 않더라도 살아온 날들에 감사하고 숨 쉬고 있는 오늘 하루를 소중히 여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진흙 속에서 마침내 연꽃이 피듯이 두려움과 분노가 치밀어 온다면 고통이 그 끝에 달한 것과 같으니 머지않아 마음의 연꽃이 개화할 것임을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목 스님의 명상법 중 하나는 몸과 마음을 모두 열어 호흡하는 것이다. 온몸으로 숨을 들이켜고 내쉴 때 마치 '통으로' 몸속 찌꺼기를 밖으로 내보내는 듯한 방법이다. 그는 금강경 사구게 첫 구절인 '범소유상 개시허망 (凡所有相 皆是虛妄·무릇 형상이 있는 것은 모두가 허망하다)'을 인용해 "더 가진 것이 없다고 원망하는 것은 일종의 추태"라며 "걱정과 욕심을 마음에 머무르게 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는 25일 석가탄신일을 앞두고 그는 또 "덕행을 행하면서 기꺼이 미움을 받을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며 "두려움을 딛고 진일보하는 것이 이 우주에서 인간보다 더 존엄한 것은 없다는 '천상천하 유아독존(天上天下 唯我獨尊)'의 참뜻"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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