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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와의 '리턴 매치'냐, 신흥 강호 아랍에미리트(UAE)와의 아시아 맹주 다툼이냐.
한국 축구 대표팀이 27년 만에 아시안컵 결승에 진출, 55년 만의 우승에 단 1승만을 남겨놓았다. 결승은 호주·UAE전(27일) 승자와 오는 31일 오후6시 시드니에서 치른다. 5경기에서 7골 무실점을 기록한 현재 전력이라면 상대가 누구인지는 큰 의미가 없어 보인다.
한국은 26일 호주 시드니의 스타디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세트피스(프리킥·코너킥 등) 선제 결승골로 4강 상대 이라크를 2대0으로 꺾었다. 세트피스 상황에서의 골은 이번 대회 처음이다. 대표팀은 지난 2007년 이 대회 4강 승부차기 패배도 8년 만에 되돌려줬다. 시원한 설욕을 이끈 주인공은 '신데렐라' 이정협(상주)이었다. 전반 20분 미드필드 오른쪽에서 김진수(호펜하임)의 프리킥이 올라오자 이정협은 186㎝의 큰 키와 정확한 위치선정으로 헤딩을 따냈다. 호주와의 조별리그 3차전(1대0 승)에 이어 이번 대회 2골째. A매치 기록은 6경기 3골이 됐다. 이쯤 되면 '해결사'라 부를 만하다.
슈팅이 골라인을 넘자 울리 슈틸리케(독일) 감독은 불끈 쥔 주먹을 흔들어 보였다. 상주 상무에서도 벤치멤버인 이정협은 슈틸리케가 박주영 대신 뽑은 공격수다. 슈틸리케는 골문 앞에서 수비진 방해를 이기고 공격권을 따낼 '타깃맨'을 찾고 있었다. 이정협은 이번 대회에서 타깃맨 역할뿐 아니라 공격진영 곳곳에서 수비진의 체력 고갈을 이끌어내는 숨은 임무를 충실히 수행했다. 이라크전까지 3경기 연속 선발출전한 그는 후반 5분에 쐐기골 어시스트까지 올렸다. 페널티 박스 정면에서 공중볼을 중앙수비수 김영권(광저우 헝다)에게 가슴으로 연결하자 김영권은 논스톱 중거리 슈팅으로 골문 구석을 갈랐다.
8강에서 우승 후보 이란을 물리치고 기세를 올린 이라크는 그러나 결승 문턱에서 좌절할 수밖에 없었다. 측면공격이 매서운 '젊은 팀' 이라크는 측면이 막히자 대안이 없었다. 한국은 상대 취약점도 끈질기게 물고 늘어졌다. 공중볼 처리가 미숙한 주전 골키퍼 잘랄 하산이 이라크의 아킬레스건. 높고 예리하게 휘어져 들어간 김진수의 프리킥이 골로 이어졌고 한국은 이후에도 소나기 슈팅으로 하산을 괴롭혔다. 한국은 8강까지 4경기 유효슈팅이 22개였는데 이날 7개를 골문 방향으로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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