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캠프의 경제민주화 관련 공약을 주도했던 김종인(사진) 전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이 대선 1주년을 앞두고 탈당하기로 하면서 정치권에 다시 한 번 경제민주화 논쟁이 일고 있다.
김 전 위원장이 정부· 여당에 대한 발언을 극도로 자제하는 가운데 야권에서는 그의 행보가 '경제민주화의 실종'을 의미한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김 전 위원장이 공식적으로 밝힌 탈당 사유는 내년 초 독일로 출국해 연구활동을 하기 위해서다. 자유로운 연구를 하려면 당원 신분이 거추장스럽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김 전 위원장은 탈당 의사를 밝힌 뒤부터 경제민주화의 향방이나 현 정국에 대해 의미 있는 발언을 내놓지 않았다. 이와 달리 김 전 위원장의 측근들은 현 정권에 대한 실망감이 그의 등을 떠밀었다고 평가했다. 김 전 위원장과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회에서 함께 활동했던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는 이날 서울경제신문과 전화통화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에 대한 실망감이 영향을 미친 것 아니겠느냐"고 밝혔다.
야권에서도 그의 탈당이 '경제민주화 실종을 상징하는 사건'이라며 비판의 날을 세웠다. 천호선 정의당 대표는 이날 "지난 대선 당시 경제민주화와 복지는 박 대통령이 당선되게 되는 매우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그런 공약들"이라며 "이렇게 본다면 정권의 정치적 정당성이 무너져 내리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든다"고 밝혔다.
허영일 민주당 부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김 전 위원장이 탈당을 결심한 것은 현 정부의 경제민주화 의지가 없다는 것을 최종 확인한 불가피한 결정"이라며 풀이했다. 이에 따라 정치권에서는 처음 그가 새누리당을 떠난다는 사실이 알려졌을 때는 '안철수 신당에 참여하는 게 아니냐'는 설도 유력하게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김 전 위원장은 "하늘이 깨져도 안철수 신당에 안 간다"며 신당행에 대해 강하게 부인했다.
한편 김 전 위원장이 독일에 장기체류하겠다는 계획을 공식화하면서 포스코 차기 회장 취임 가능성도 희박해졌다. 그동안 그는 최근 승계협의회를 구성해 후임 인선을 시작한 포스코의 차기 회장의 강력한 후보로 거론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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