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노믹스'가 예상을 초월하는 '약발'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12월 출범한 아베 신조 정권의 경제정책이 온전히 반영된 1ㆍ4분기 일본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당초 시장 전문가들이 예상했던 2.8%(연율 기준)를 크게 웃돌며 본격적인 경기회복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이제 관건은 다음달 아베 총리가 발표할 중장기 경제성장 전략이다. 양적완화와 재정확대라는 두 개의 화살이 아베노믹스에 기대 이상의 첫 성적표를 안겨주면서 일단 올해 일본 경제는 정부가 제시한 2.5%의 성장률 목표 달성에 한 발 성큼 다가섰다. 일본 경제를 본격적인 회복 궤도에 올려놓는 것은 세 번째 화살인 성장전략의 성패에 달렸다.
16일 공개된 일본의 올해 1ㆍ4분기(1~3월) GDP(실질 기준) 내역은 아베 정권의 돈 살포 정책의 효력을 과시했다. 일본은행의 시중 자금공급을 두 배로 늘리는 대규모 양적완화와 13조1,000억엔에 달하는 대규모 추경예산에 힘입어 올해 들어 엔화가치는 20% 이상 하락하고 주가 지수가 45%가량 오른 상태다. 엔저 효과로 1ㆍ4분기 수출은 3.8% 증가하며 4분기 만에 플러스로 전환했고 주가급등에 따른 자산효과에 힘입어 경제의 60%를 차지하는 개인소비는 0.9% 늘어나 성장률을 견인했다.
아마리 아키라 경제재정ㆍ재생담당상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개인소비를 중심으로 아베 신조 내각의 경제정책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며 "정부의 경제성장률 목표 달성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졌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지난 1월에 2013회계연도(2013년4~2014년3월) 성장률 목표치를 2.5%로 제시했다. 민간 연구기관인 일본경제연구센터(JCER)의 조사에 따르면 민간 경제전문가들이 내다보는 성장률 전망치도 2.4%로 정부의 목표치와 크게 다르지 않다. 불과 6개월 전에 JCER가 실시한 같은 조사에서 전문가들은 1.4%를 제시했었다.
2ㆍ4분기에는 돈 풀기의 경기부양 효과가 한층 뚜렷해질 것으로 보인다. 엔ㆍ달러 환율이 100엔을 넘어선데다 추경효과도 가시화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아마리 경제재정ㆍ재생상은 추경 가운데 10조3,000억엔을 투입하는 정부의 긴급경제대책 효과가 "4~6월에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이라며 "견조한 경제 회복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이러한 경기의 회복 흐름이 하반기 이후까지 지속될지 여부는 다음달 발표되는 경제성장 전략의 성패에 달려 있다. 개인 소비 호조는 어디까지나 주가상승에 따른 기대심리를 반영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기업들의 투자증대에 힘입은 임금개선과 고용창출이 소비를 뒷받침하고 탄탄한 내수를 일으키지 않는 한 기대가 꺾이면서 성장세의 발목을 잡게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실제 1ㆍ4분기 중 기업의 설비투자는 0.7% 줄어 5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 기업들이 여전히 선뜻 일본 내 투자에 나서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3월 명목 임금 상승률은 1년 전보다 0.6% 줄어든 상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경기가 순조롭게 회복되려면 경기확대에 대한 기대가 본격적인 설비투자 회복 등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일본 경제가 지난 20년 동안 수차례나 '반짝' 회복세를 겪었다는 점을 상기시키면서 일본 경제가 터닝포인트를 지났다고 보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강조했다.
다이이치생명연구소의 구마노 히데오 수석이코노미스트도 "주가가 언제까지고 오를 것이라는 시나리오는 비현실적"이라며 "잠재 성장률을 상향조정하기 위해서는 기업들의 투자와 더 많은 혁신의 조짐이 확인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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