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원화가치가 지속적으로 절상될 것으로 전망되는 주된 이유는 무역흑자폭 확대에 따라 외환시장에서 달러화 공급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위기 극복 이후 최대 과제가 물가안정이라는 점에서 원화절상을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 문제는 단기간에 환율이 급격히 하락하는 경우 수출경쟁력을 약화시킬 우려가 크다는 점이다. 특히 금리인상을 비롯한 출구전략이 진행 중이고 원유 등 원자재 가격 상승 등과 맞물릴 경우 '신3고'로 경기회복세에 찬물을 끼얹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무역수지 흑자확대, 빠른 경제회복 등 우리 경제 상황에 비춰 원화 절상은 어느 정도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올 상반기 경상흑자는 116억달러로 올해 예상치 120억달러에 육박했고 지난 1~7월 무역흑자 역시 233억달러로 연간 목표치 230억달러를 이미 달성했다. 외환보유액도 7월 말 현재 2,860억달러로 사상 최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상반기 성장률은 7.6%에 달했다. 더구나 미국경제 회복세가 주춤하면서 달러화 약세가 지속되고 있다. 전반적인 경제여건과 외환시장 수급상황을 감안할 때 원ㆍ달러 환율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한 추세라 할 수 있다.
그러나 환율이 단기간에 지나치게 하락하는 경우 국내 수출기업들의 상당수가 타격을 받게 될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대한상의 조사에 따르면 국내 수출제조업체들이 수출해서 이익을 내는 마지노선은 달러당 1,050~1,100원 수준이다. 이는 만약 내년에 원화환율이 1,010원 수준으로 떨어지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몇몇 대기업을 제외하고는 대다수 수출기업들의 수출경쟁력이 약화될 것임을 의미한다.
환율하락에 따른 이 같은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외환시장의 안정적 운용을 통해 환율 급변동을 막을 필요가 있다. 수출기업들도 고환율에 의존하는 타성에서 벗어나 경영개선과 생산성 향상을 통해 원고(高)시대를 헤쳐나가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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