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대 대선에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의 득표율은 51.6%였다. 경쟁했던 문재인 민주당 후보의 득표율은 48%, 108만여표 차이였다. 지난주 치러진 6·4 지방선거의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유권자 2,347만명 중 야당 지지율은 47.94%, 여당 지지율은 45.65%였다. 이번에는 야권이 53만여표 차로 앞섰다. 최근 두 차례 전국 단위 선거에서 득표율만 놓고 보면 여야가 한 차례씩 승기를 번갈아 잡은 셈이다.
선거가 끝났음에도 정치권은 결과를 놓고 공방을 이어갔다. 광역 시도지사 중 새누리당이 8곳을, 새정치민주연합이 9곳(세종시 포함)에서 승리한 결과에 대해 여야는 '아전인수' 격으로 평가했다. 세월호 참사의 여파 속에서 이 정도면 선전했다는 것이 새누리당의 '선방론'이다. 여당의 선방론에 대해 새정치연합은 김한길 공동대표가 나서 "집권세력의 자기 평가가 심히 우려된다"며 "집권 초기임에도 (국민이) 엄중 경고를 준 것"이라고 정면으로 반박했다. 밤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1% 안팎으로 승부가 판가름 난 데 따른 아쉬움 때문이기도 하지만 7·30 재보선을 앞두고 여야가 안정과 심판의 지방선거 프레임으로 또 한 차례 격돌할 것을 미리 예고하는 대목이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 새정치연합의 '불모지'인 대구에서 시장에 출마해 40.3%를 득표해 새로운 가능성과 희망을 보여준 김부겸 전 의원은 생각이 다르다. 김 전 의원은 "안철수라는 시대의 아이콘을 영입하고도 국민들 마음속에 대안세력으로 자리 잡는 데 실패했다. 야당이 정신 차려야 한다"며 뼈아픈 자기반성을 했다. 이 얘기를 여당인 새누리당으로 돌려봐도 마찬가지다. 민심은 6·4 지방선거에서 정부·여당의 현 시스템에 대한 문제점을 분명히 제기하지만 마땅한 대체재가 없어 제한적으로 지지한다 라는 복잡한 심경을 보였다. 이런 상황이 반영된 선거 결과를 언론은 "유권자의 선택이 절묘했다"는 식으로 해석했다. 본질은 대안 부재의 상황에서 유권자들의 고민이 고스란히 드러난 선거 결과였다.
대안 부재의 상황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기자 출신으로 최초의 총리 후보로 내정된 문창극 전 중앙일보 주필에 대한 인선도 같은 맥락이다. 조각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박근혜 대통령의 첫 인사카드는 여론검증의 벽을 넘지 못했고 결국 재차 인선작업을 해야 했다. 특히 문 후보자가 지명되기 전 청와대의 검증대상이 된 상당수 인사가 본인이나 가족들의 사정과 반대로 고사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도 이전 대통령들과 마찬가지로 인사카드의 대안을 찾는 데 고민이 컸을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도 문제다. 중폭이냐 대폭이냐는 선택만 남았지만 개각 인선도 만만치 않다. 대체적 전망대로 7~8개 장관이 바뀐다 해도 청와대는 조각 때와 마찬가지로 '장관 구인난'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어디 인사뿐인가. 박근혜 대통령이 5월19일 세월호 대국민 담화에서 밝힌 '관피아 척결' 등 국가 개조 방안도 현 시스템을 확 뜯어고치는 것이지만 대안의 문제를 생각하면 쉬운 작업이 아니다. 당장 관피아 척결만 해도 그 많은 기관의 장에서 공무원 출신을 완전 배제한다면 누가 그 자리를 맡을 것인가. 대안으로 자주 거론되는 학자 출신이 공공기관을 제대로 이끌어나갈 능력이 있는지는 의문이다.
대안이 없는 사회는 취약하다. 세월호 사고와 같은 국가적 재난·위기상황이 발생하면 이런 구조는 금세 뿌리까지 흔들린다. 특히 위기 극복을 위해 사회 전체의 공론을 모아가야 하는 상황에서 여론이 항상 51대49라면 이견의 조정이 쉽지 않다. 민주주의가 다수결의 원칙을 근본으로 하지만 작동불능의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이번 선거로 망국적 지역 구도는 어느 정도 희석됐지만 대안 부재의 51대49의 대립 구조는 우리 사회가 떠안은 또 다른 숙제다.
/온종훈 논설위원 jhoh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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