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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8월 11일] KORUS FTA 유감

이학인 뉴욕특파원

중간선거를 앞둔 미국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추가협상이 정치 쟁점화되고 있다. 자동차ㆍ쇠고기 등 미국 측의 핵심요구사안을 놓고 지역의원들과 전미자동차노조, 산별노조총연맹(AFL-CIO) 등 이익단체들이 연일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들은 자신들의 주장을 강조하기 위해 ‘한국은 한 해 70만대의 자동차를 미국에 수출하는 데 비해 미국은 한국에서 7,000대밖에 팔지 못한다’는 식의 앞뒤 다 자른 단순논리로 미국민의 감정에 호소하고 있다. 자칫 한미 FTA가 경제적 이익에 기반해 양국관계를 강화하기는커녕 미국 내에서 반한감정을 불러일으키기 않을까 걱정스러울 지경이다.

이러한 시점에서 미국에 살고 있는 우리 교민들이 펼치고 있는 한미 FTA 지지 운동은 우리 정부가 잘만 활용한다면 미국 내 여론을 환기하는 데 적지 않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뉴욕에서는 1,300여명의 교민들이 한미 FTA가 뉴욕주 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협정 지지 서명을 해 지역 민주당 상원의원에게 전달했다. LAㆍ워싱턴ㆍ애틀랜타ㆍ일리노이 등 다른 주요 지역에서도 비슷한 FTA 지지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이 가운데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이자 자동차산업의 중심지로 한미 FTA 반대 목소리가 높은 일리노이에서의 한미 FTA 지지 운동이 눈길을 끈다. 이 운동에 적극 참여하고 있는 한 교민은 기자에게 “이곳에서 열심히 활동하고 있는 10여명의 교민들은 대게 2세 때문에 한미 FTA 지지운동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미 FTA가 발효되면 한국의 법률ㆍ회계ㆍ의료 등 서비스시장이 개방되고 그렇게 되면 2세들의 일자리가 늘어나지 않겠느냐는 것이 그들의 생각이다. 이러한 실질적인 이유 때문에 그들은 무더위에도 길거리에서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이 운동에 참여하고 있는 교민들은 우리 정부나 관련 기관들이 펼치고 있는 한미FTA 홍보에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미국이라는 상대방을 고려하지 않는 일방적인 홍보이기 때문이다. 작은 예로 한국 정부기관의 자료에는 모두 ‘KORUS FTA’라고 표기돼 있는데 미국에서만이라도 ‘US-KOR FTA’로 표기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또 협정의 당위성을 설명하는 내용이 고용증가ㆍ수출증대 등 천편일률적이라고 꼬집었다. 오히려 주요 지역별로 별도의 홍보물로 간단 명료하게 FTA를 통한 실질적인 이득을 보여주는 것이 더 설득력을 얻을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 때문에 이곳 교민들은 우리 정부 자료 대신 한미 FTA가 성사되면 일리노이의 옥수수와 돼지고기 수출이 늘어날 것이라는 내용을 위주로 한 두 쪽짜리 전단지를 만들어 사용하고 있다.

중간선거를 앞둔 지금이 교민들의 힘을 결집해 미 정치인들을 움직일 수 있는 ‘풀뿌리 운동(grass root)’의 적기일 수 있다. 우리 정부가 FTA 지지운동을 펼치는 교민들과 교감하려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leej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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