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이 선수를 평가하듯이 심판도 평가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루이스 판할 네덜란드 감독)
브라질월드컵이 '오심 월드컵'이라는 오명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이번 대회에서는 특히 결정적인 오심이 승부에 영향을 미친 경우도 많아 각국 감독과 선수진, 팬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25일(이하 한국시간) 브라질 포르탈레자의 카스텔랑 주경기장에서 열린 그리스와 코트디부아르의 조별리그 C조 3차전. 그리스가 전반 42분 안드레아스 사마리스(올림피아코스)의 선제골로 앞서 나갔지만 후반 29분 코트디부아르의 윌프리드 보니(스완지시티)에게 동점골을 허용했다. 1대1로 팽팽한 경기가 이어지던 후반 추가시간. 요르기오스 사마라스(셀틱)가 페널티 에이리어 안에서 볼을 받은 뒤 슛을 하는 동작에서 넘어지자 심판이 휘슬을 불어 페널티킥 판정을 내렸다. TV 중계화면을 보면 사마라스는 슛을 하는 동작에서 상대 수비수 조바니 시오(바젤)의 종아리에 스스로 발이 걸린 뒤 땅을 차고 넘어졌을 뿐 시오가 고의로 밀치는 모습은 없었다. 사마라스는 결국 자신이 얻어낸 페널티킥을 성공하며 그리스가 2대1로 승리, 극적으로 16강행 티켓을 따냈다. 비기기만 해도 16강에 오를 수 있었던 코트디부아르로서는 땅을 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로이터통신은 양팀의 운명을 가른 이 상황을 두고 "논란이 가득한 판정"이라고 언급했다.
같은날 나타우에서 열린 이탈리아와 우루과이의 경기도 오심으로 얼룩졌다. 이탈리아는 심판의 석연치 않은 판정으로 수적 열세를 겪으며 우루과이에 0대1로 패했다. 우루과이(2승1패)는 승점 6점째를 확보해 이탈리아(1승2패)를 밀어내고 조 2위로 16강에 올랐다.
이탈리아는 후반 13분 이탈리아의 클라우디오 마르키시오(유벤투스)가 거친 플레이로 퇴장당하면서 유리한 상황을 맞게 됐다. 마르키시오는 우루과이의 에히디오 아레발로 리오스(모렐리아)의 다리를 스파이크로 찍으면서 레드카드를 받았다. 문제는 0대0으로 맞서던 후반 35분 상황. 우루과이의 간판 공격수 루이스 수아레스(리버풀)가 비상식적인 반칙을 범했지만 어떤 제재도 받지 않았다. 수아레스와 이탈리아 수비수 조르조 키엘리니(유벤투스)가 함께 그라운드를 나뒹굴었다. 느린 화면에 잡힌 그림을 보면 수아레스가 키엘리니의 왼쪽 어깨를 깨무는 장면이 보였다. 가해자인 수아레스는 오히려 자신도 피해자인 것처럼 입을 감싸 쥐고 그라운드에서 연기를 펼쳤다. 키엘리니는 물린 어깨를 심판에게 보이며 수아레스의 반칙을 주장했지만 심판은 해당 장면을 보지 못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경기를 계속 진행했다. 결국 우루과이는 1분 뒤 코너킥 기회에서 디에고 고딘(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결승골로 승리했다. 키엘리니는 이날 경기가 끝난 뒤 "심판이 경기를 모두 망쳤다"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이번 대회에서 경기흐름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 오심은 한두 번이 아니다. 우리나라 역시 오심의 피해자로 손꼽힌다. 지난 23일 알제리에 2대4로 끌려가던 후반 추가시간 손흥민이 페널티지역 안에서 상대 수비수의 거친 파울로 넘어졌다. 페널티킥을 줘야 할 상황이었지만 심판은 정당한 플레이로 평가했다. 미국 스포츠전문지 '블리처리포트'는 "손흥민이 당한 파울성 행위에 페널티킥이 선언됐다면 경기 결과가 어떻게 됐을지 모른다"고 지적했다.
크로아티아와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도 결정적인 오심으로 16강행이 좌절됐다. 크로아티아는 브라질과의 개막전에서 1대1로 맞선 경기 후반 애매한 페널티킥 판정으로 브라질에 결승골을 내주며 결국 1대3으로 패했다.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역시 나이지리아와의 조별리그 2차전에서 에딘 제코(맨체스터 시티)가 완벽한 골을 넣었지만 오프사이드 판정을 받아 골을 도둑맞았다.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는 결국 나이지리아에 0대1로 패하며 16강 진출이 좌절됐다. 멕시코는 경기 승부에는 영향이 없었지만 2골이나 날렸다. 카메룬과의 A조 조별리그 1차전에서 조바니 도스산토스(비야 레알)의 골이 두 차례나 오프사이드로 판정 받았다. 하지만 멕시코는 후반 16분 오리베 페랄타(산토스 라구나)의 결승골로 1대0 승리를 낚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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