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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추문 검사' 이어 또… 어이없다
[이슈 인사이드] '변호사 중개제도' 찬반 논란법무부 "변호사 선택권 넓어져" 변협 "독립성 해친다" 반발
조양준기자 mryesandno@sed.co.kr
지난 7월 변호사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 등이 서울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열린 '변호사법 개정법률안 공청회' 에 참가해 의견 발표를 하고 있다. 이날 공청회에서는 변호사 중개제도, 공익 법무법인 도입 등의 사안을 두고 활발한 논의가 벌어졌다. /사진제공=법무부
엄격한 심사 거친 자격있는 기관이 변호사 알선해 법조 브로커 근절건전한 수임 질서·소개료 유도브로커 잠입으로 취지 변질 우려포털처럼 중개기관 힘 막강해져 영리사업 악용 등 부작용 가능성
'비리 검사'에 이어 '성 추문 검사'사건이 터지면서 검찰이 위기를 맞고 있다. 최근 또 다른 악재가 터졌는데, 바로 브로커 검사다. 박모 검사는 자신이 맡은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피의자를 자신의 매형이 일하는 법무법인(로펌)에 소개하고 1억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브로커 검사는 법조계의 오랜 병폐인 법조 브로커의 일면에 불과하다. 하지만 수 많은 문제제기와 고민에도 불구하고 법조 브로커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법무부가 법조 브로커를 뿌리뽑기 위해 변호사법을 전면 손질하는 개정안 입법을 예고했다. 이 개정안에는 변호사 중개 제도가 포함돼 있다. 엄격한 심사를 거친 자격 있는 중개기관이 의뢰인에게 변호사를 연결해주는 제도다.
변호사 중개제도는 한마디로 현재 불법인 브로커 행위를 아예 양성화하자는 제도다. 규제를 아무리 해도 법조 브로커가 없어지지 않으니 차라리 음지에서 양지로 끌어내자는 것이다. 현행 변호사법은 금품ㆍ 향응, 또는 그 밖의 이익을 대가로 당사자나 이 외의 관계인을 특정한 변호사나 사무직원에게 알선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개정안에 따르면 대한변호사협회나 각 지방변호사회, 법무부장관의 인가를 받은 비영리 단체가 중개기관을 만들고, 이 기관에서 변호사를 알선할 수 있다.
법률구조법인과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설립 운영자, 지방자치단체도 중개기관의 설립자로 지정하고 있다. 법무부는 변호사 중개제도가 포함된 내용의 변호사법 전부개정 법률안을 지난 7월 입법 예고했다.
현재 대부분의 사건 수임은 다른 사람의 소개에 의해 이뤄지는데, 이 소개 과정에 브로커가 개입할 여지가 충분하다고 법무부는 분석한다. 변호사가 소개를 받아 사건을 수임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유상 소개'가 불법이다 보니 브로커 비리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특히 형사 사건과 관련된 경우가 많은데, 브로커들이 구속이나 징역형 같은 처벌을 받을까 전전긍긍하는 당사자의 심리를 이용하는 것이다. 민사사건이라고 다르지 않다. 브로커들은 '알선료는 수임료의 몇%'라는 식의 암시장 거래가격을 형성하고 있다.
법무부는 중개제도가 도입되면 ▦ 국민의 변호사 선택권 확대 ▦ 건전한 수임질서 유도 ▦ 과도한 소개료로 인한 문제 제거 등의 효과가 생길 것으로 내다본다.
법무부 변호사제도개선위원회 위원인 김제완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변호사를 선택할 때 중산층과 저소득층이 비용을 줄일 수 있다"며 "특히 로스쿨 도입 후 변호사 수 증가로 과도한 수임경쟁이 발생한다면 사건 수임방식을 제도화할 필요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개정안은 강한 반발에 부딪혀 현재 논의가 잠정 중단된 상태다. 법조 브로커를 근절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자칫 중개기관의 권한만 키워놔 오히려 변호사 독립성을 해칠 우려가 있다는 목소리가 거세다.
또 중개를 변호사 단체나 비영리 단체만 할 수 있도록 했지만, 비영리 단체가 도입 취지 그대로 운영되지 않을 것이란 우려도 높다. 대한변협과 지방변회는 이 같은 이유로 원천적 반대 의견이다.
대한변협은 지난 8월 의견서를 내고 "법률 규정이 선의(善意)로 그려놓은 한도를 뛰어 넘는 악성 '쓰나미'가 나타날 것"이라고 비판했다. 대한변협은 "기존 법조 브로커들은 각종 비영리 단체라는 틀에 잠입해 오히려 활발히 활동할 것"이라며 "브로커를 합법화 하는 우를 범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서울지방변호사회는 '비영리'의 개념이 모호하다고 지적한다.
서울변회는 최근 성명서를 내고 "비영리가 중개제도 운영을 위한 최소한의 실비를 걷는 것을 허용하는 개념이라면 중개 기관이 인건비, 유지비용 등 명목으로 중개비용을 받게끔 하겠다는 것"이라며 "결국 영리활동을 막기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도입 범위를 대한변협이나 서울변회 같은 변호사 단체로 제한해 이들만 중개기관을 설립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일선 변호사들은 중개기관이 변호사의 독립성을 해칠 가능성을 염려한다. 나승철 변호사는 "인터넷 대형 포털 사이트나 대형마트 같은 중개업자를 두자는 것인데, 포털과 마트는 시장을 장악해 막강한 힘을 갖는다"라며 "수임에 목매는 변호사들이 중개 기관 이곳 저곳에 등록해 눈치를 봐야 할지 모른다"라고 말했다.
나 변호사는 "개정안에는 중개기관이 잘못된 정보를 제공해 소비자들이 피해를 보아도 중개기관이 책임을 지도록 하는 규정이 없다"면서 "기부금품 모집을 제한 받지 않는 대학 등에 변호사 중개를 허용하는 것은 자칫 영리사업으로 이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학계의 지적도 이어진다. 한상희 건국대 로스쿨 교수는 "기본적으로 중개제도 도입을 검토하는 것은 맞다"라면서도 "학연 같은 연고에 치우쳐 중개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는 만큼 문제점에 대해 신중히 논의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소송지원·당직 변호사 등 지금도 중개제도 있지만제대로 된 서비스 힘들어현재 변호사 중개가 이뤄지고 있지 않은 것은 아니다. 대한변협이나 서울변회 같은 변호사 단체를 중심으로 합법적인 변호사 중개가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법무부는 이 제도들로는 법률 당사자가 법률 서비스를 제대로 받기에 부족하다고 분석한다.
여기에 인터넷을 통한 변호사 소개는 불법성의 문제점을 안고 있는 현실이 더해져 국민의 편익을 위해서는 정부와 법조계가 빨리 해법을 내놔야 한다는 지적이다.
변호사 중개제도와 연관된 현행 제도로는 ▦2,000만원 이하 민사소액사건에 대한 민사소액사건 소송지원변호인제도 ▦당직변호사제도 ▦ 각종 종합법률센터를 통한 지원단 ▦지방변호사회가 운영하는 전문변호사제도 등이 있다.
변호사 단체와 일선 변호사들은 이 제도를 충분히 활용하면 된다는 의견이다. 한 변호사는 "원래 있는 제도를 활용하는 것이 더 경제적일 것"이라며 "굳이 변호사법의 틀을 바꿔가면서까지 변호사 중개제도를 도입할 이유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나 김제완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국민들은 전문변호사를 찾기 보다는 비용이 비싸지 않은 변호사, 젊고 경험이 부족해도 열의가 있는 변호사를 찾는다"라며 "변호사 단체가 아닌 다른 단체에서도 변호사를 중개할 수 있는 방안을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변호사 단체의 중개 외에 인터넷에서 이뤄지는 온라인 업체도 있지만 불법성 논란에 번번이 가로막혔다.
지난 2001년 서비스를 시작한 변호사정보 제공업체 '로마켓'은 변호사 단체의 고발 이후 논란 끝에 결국 문을 닫았다. 로마켓은 변호사 승소율 등 사건수임정보를 구축하고 공개했다가 위법성 논란에 휘말렸다.
김태정 전 법무부장관이 대표로 있는 법률상담전문 사이트 '로시컴'은 지난 6월 대한변협의 고발로 현재 검찰이 수사 중이다.
지난 10월 1일 문을 연 법률정보업체 '로(law)114'는 의뢰인이 먼저 기준가를 제시하면 변호사가 더 싼 가격을 제시해 선택 받도록 하는 역경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미국·캐나다·호주 등 중개제도 운영미국 뉴욕에서는 뉴욕변호사협회 변호사중개 및 정보서비스(Laywer Referrral and Information Services, LRIS)를 운영한다.
뉴욕 법률중개서비스 위원회는 1981년부터 뉴욕시 변호사협회 등과 협력해 시내 44개의 지역을 대상으로 변호사 중개ㆍ정보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의뢰인이 변호사를 중개 받을 경우 30분 상담에 35달러(약 3만 7,000원)를 낸다. 선임을 하기로 결정하면 보수는 일반 기준으로 적용된다. 형사법이나 중재, 임대차, 이혼ㆍ가족법 등 40개 분야에 전문성을 둔 변호사 풀(pool)이 대기 중이다.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 주는 주립 법률재단으로부터 자금을 받아 중개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며, 캐나다 변호사협회와 브리티시 컬럼비아 지부에서 직접 운영한다. 이곳은 30분당 20달러(약 2만 1,300원)를 내고 상담을 받을 수 있으며, 선임료는 변호사와 의뢰인이 나중에 협의해 결정한다. 상담을 했다고 반드시 사건을 수임하거나 변호사를 고용할 의무는 없다.
호주는 1990년대 변호사 영업활동 규제완화 과정에서 중개제도가 허용됨에 따라 변호사중개 전문회사가 활동 중이다. 대표적으로 '프라임 로 브로커'라는 회사가 있는데, 고객 의뢰 사건에 가장 적합한 변호사를 연결시켜주는 업무를 맡는다. 의뢰인으로부터는 비용을 받지 않고 변호사들로부터는 일정액의 연회비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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