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90분간 전화통화를 갖고 "우크라이나 주권과 영토 보전을 러시아가 명백하게 위반한 데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한다"며 "개입중단을 촉구한다"고 말했다고 백악관이 전했다.
두 정상 간 통화는 우크라이나에서의 러시아 이익 보호를 명분으로 푸틴 대통령이 제기한 군 병력 사용 요청을 러시아 의회가 만장일치로 승인한 직후 이뤄졌다.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내 친러 성향 인사들이 크림 자치공화국 주요 거점을 장악한 데 이어 이날 러시아의 대규모 병력이 크림 지역으로 이동했다는 소식까지 전해지는 등 러시아의 무력도발이 이어지자 오바마 대통령은 별도 기자회견 등을 통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어떤 군사적 개입도 대가를 치를 것임을 분명히 밝혀둔다"고 강력 경고하기도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일단 러시아의 군사개입에 대한 보복조치로 오는 6월 러시아 소치에서 열리는 주요8개국(G8) 정상회의에 불참하는 등 정치·외교적 압박을 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껏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해 한 발 빼고 있던 미국이 전면에 나섬으로써 우크라이나는 미국과 러시아 간 새로운 신냉전의 무대로 급부상했다. 시리아 사태에 이어 러시아 인권 문제로 최근 사사건건 갈등을 빚어온 미·러 양국은 유럽의 새 '화약고'인 우크라이나에서 또다시 정면으로 맞붙게 됐다.
특히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군사충돌 우려가 고조되면서 서방세계와 러시아 간 충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아르세니 야체뉴크 우크라이나 총리는 이날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총리와의 전화통화에서 "러시아의 군사개입은 전쟁을 하겠다는 것과 다름없으며 이는 양국 사이의 관계종결을 의미한다"고 경고하는 한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우크라이나 영토 및 주권 보호를 위한 행동에 나서줄 것을 촉구했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급물살을 타면서 국제사회의 움직임도 긴박해졌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우크라이나 요청에 따라 1일 긴급 회의를 소집했으며 이 자리에서 미국은 러시아의 군 병력 철수 및 유엔 등 감시인력의 현장투입을 제안했다. 나토와 유럽연합(EU)도 각각 2·3일 긴급 회의를 개최해 우크라이나에서 발생할 수 있는 '만약의 사태'에 대비한다.
로이터통신은 "푸틴이 군 사용 요청 이유로 든 자국인의 보호는 지난 2008년 조지아를 침공할 때 썼던 수법과 똑같다"며 "냉전 이후 서방국과 러시아 간 가장 큰 충돌이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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