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서기국은 이날 판문점을 통해 통일부에 보낸 통지문에서 "남측에서 다른 일이 벌어지는 것이 없고 우리의 제안도 다 같이 협의할 의사가 있다면 좋은 계절에 마주 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정부가 제안한 설 이산가족 상봉을 사실상 거부하면서도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신년사에서 밝힌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노력" 차원에서 추후 성사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대북 전문가들은 북한의 이번 통보가 남북관계의 현 상황도 감안했지만 내부적으로 장성택 숙청 이후 정리되지 않은 정치적 상황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북측은 통지문에서 "설은 계절적으로나 시간적으로 고려된다"고 언급해 날씨가 추운 설에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하는 것이 어렵고 시간적으로도 촉박하다는 뜻을 에둘러 밝혔다.
북측은 이어 "설을 계기로 흩어진 가족, 친척 상봉을 하자는 남측의 제의가 진정으로 분열의 아픔을 덜어주고 북남관계 개선을 위한 선의에서 출발한 것이라면 좋은 일"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최근 군사훈련 등을 거론하며 우리 정부를 비난했다. 북측은 "남측에서 전쟁 연습이 그칠 사이 없이 계속되고 곧 대규모 합동군사연습이 벌어지겠는데 총포탄이 오가는 속에서 흩어진 가족, 친척 상봉을 마음 편히 할 수 있겠는가"라고 지적했다.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 거부 방침을 밝힌 데 대해 김의도 통일부 대변인은 "북측은 말로만 남북관계 개선을 얘기할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면서 "북측이 이산가족 상봉 재개를 위한 우리 측 제의에 성의 있게 나오기를 촉구한다"는 정부 입장을 발표했다. 그는 또 "북측이 연례적 군사훈련 등을 인도적 사안과 연계한 데 대해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아울러 북한이 '우리 제안도 같이 협의할 의사가 있다면 좋은 계절에 마주 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한 것과 관련, "이산가족 상봉 문제와 북측이 제기하는 문제는 별개 사안이라는 정부 입장에 변화가 없다"고 강조해 이산가족 상봉을 금강산 관광 재개 등과 연계하는 것에 반대한다는 뜻을 거듭 확인했다.
한편 북한은 이날 김정은 제1위원장의 생일이 1월8일이라는 사실을 처음으로 공식 확인했다. 이에 따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3년상을 마치는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김정은 제1위원장의 생일 행사가 치러질 것으로 보인다. 북측은 1984년생으로 알려진 김정은 제1위원장의 출생연도는 밝히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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