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사고가 발생한 지 여섯째인 21일. 모두가 바라는 생존자 소식은 좀처럼 들리지 않았다. 전남 진도 실내체육관에 모인 피해자 가족들은 그렇게 힘이 다한 듯 보였다. 체육관에 있는 모든 이들은 절망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오전8시30분께 체육관 정면에 설치된 스크린에 하나의 문구가 떴다. '성별·상의·하의·발견장소·특이사항' 등 너무나 객관화된 정보가 체육관에 퍼져나갔다. "63, 64번째 시신 2구 인양됐습니다." 해양경찰 관계자의 말이 나오기가 무섭게 체육관 여기저기에서 울부짖는 소리가 들렸다. "어이구, 내 새끼. 내 새끼 어떻게 해." 울음이라기보다 절규에 가까웠다.
하지만 사고 이후 시간이 갈수록 분노도 울음도 대다수 가족들에게는 이젠 벅차 보였다. 체육관에 있는 많은 이들이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주저앉아 어떤 소식이라도 들리기만을 기다리는 일 말고는 없었다.
현재 민관군이 합동으로 수행하는 구조·수색작업은 탄력을 받은 상황이다. 그러나 생존자를 단 한 명도 구조하지 못한 가운데 사고 발생 일주일째가 다가오자 실종자 가족들의 심경도 변화를 보이고 있다. 실낱같은 희망을 꿈꾸기보다는 온전한 채로 시신을 수습하는 게 더 낫다는 인식에서다.
진도체육관에서 만난 한 실종자 가족은 "이제 배를 인양하는 것이 나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이날 팽목항에서 실종자를 기다리는 가족들의 반응도 비슷했다. 오전 팽목항에 있는 안산 단원고 실종자 학부모들 간 대화에서는 "일주일이 지나면 유골도 찾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에 (생존자 구조가 아닌) 수색을 서둘러야 한다" "어서 배를 인양해 시신 수습에 나서야 한다" 등의 의견도 제기됐다.
그러나 일부 학부모는 여전히 생존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있는 만큼 전면적인 시신 수색작전으로 전환하기에는 시간이 더 필요해 보인다. 진도체육관에서 만난 일부 학부모는 "끝까지 희망을 버리지 않겠다"며 속타는 심정을 전했다.
한편 이날 실종자 가족 대표단은 생존·사망자에 대한 수색작업을 2∼3일 내에 마무리해달라고 요구했다. 대표단은 체육관에서 브리핑을 열어 "(조류 흐름을 고려해) 이번주 수요일이나 목요일까지 생존자나 사망자가 있다면 수습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