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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 "美 FRB가 대공황 키웠다"

■ 대공황, 1929~1933년 (밀턴 프리드먼, 안나 J. 슈워츠 지음, 미지북스 펴냄)<br>"중앙은행 전문성 결여로 서투른 통화정책 화 불러"<br>노벨경제학상 프리드먼 등 구체적 사례들 거론해 눈길



"만약 지질학을 알고 싶다면 지진을 연구하시오. 경제학을 이해하고 싶다면 미국과 세계경제 전체를 덮친 대공황을 연구하시오. 대공황이 제기한 이슈와 교훈들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그 의미를 잃지 않고 있습니다."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2005년 월스트리트 저널을 통해 밝힌 말이다. 1929년에 시작된 대공황이 미국경제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 보여주는 말이기도 하다.

1929~1933년 기간중 대공황의 진원지인 미국에서는 국민 순생산(NNP)이 경상 가격 기준으로 절반 이상 줄었고 통화량도 3분의1 이상 줄었다. 4년 누적으로 명목 소득은 53%로 감소했으며 4명당 1명이 실업자였다. 1930년~1933년의 4년 동안 미국에서 9,000개 이상의 은행이 도산했으며 은행 전체가 문을 닫는 날도 있었다. 그리고 1931년 5월 오스트리아 최대 은행인 크레디트안슈탈트가 파산하면서 세계경제는 오랜 시간 수렁에 빠져들었다.

밀턴 프리드먼(1912~2006년)은 1976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이자 시카고학파의 태두로 경제학에 많은 영향을 줬던 인물이다. 이 책은 그가 현재 생존 저자인 안나 J. 슈워츠와 함께 쓴 뒤 1963년 출간한 '미국화폐사, 1867~1960년' 가운데 최절정부라고 할 수 있는 '대공황, 1929~1933년' (The Great Contraction, 1929-1933) 편을 따로 떼내 2008년에 같은 제목의 단행본으로 나온 저작이다. 이 책은 1929년 대공황이라는 20세기 경제적 대사건을 분석해 "1929~1933년의 경제붕괴는 국가의 통화 매커니즘이 잘못된 데 따른 것"이라는 견해를 도출해냈다.



책은 출간 당시인 60년대 초반 지배적인 생각이었던"통화는 단지 수동적인 역할만 했다"는 견해를 정반대로 뒤집어 논란을 일으켰다. 당시 대공황에 대한 이해는 과소소비, 과잉생산, 유동성 함정, 재정정책의 효과 등 기존 경제이론을 기계적으로 적용하는 단계를 넘어서지 못했다. 하지만 프리드먼과 슈워츠는 구체적인 사례들을 거론하며 당시에 중앙은행의 지도력이 실질적으로 부재했고 전문성이 결여돼 통화정책이 매우 서툴렀다고 분석한다. FRB의 잘못된 통화정책이 대공황을 심화시켰다는 주장이다.

2008년 금융 위기로 1929년 대공황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는 가운데 최근의 금융 위기와 1929년 위기는 그 배경이 다르다는 견해도 있다. 1929년 대공황은 1차 세계대전 전후 생산 요소를 평시 체제로 복귀시키는 문제, 임금 및 물가 유연성의 하락, 패전국 배상금 문제, 초인플레이션에 따른 중산층 저축의 소멸 등이 배경으로 꼽힌다. 반면 최근의 금융 위기는 글로벌 불균형, 국내 및 국제적 소득 불평등의 심화, 유럽연합(EU)의 지리적 확장, 옛 사회주의권의 체제 전환상의 어려움 등이 배경으로 지적된다. 최근 들어 1929년 대공황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부각되는 이유를 책에서 찾아볼 수 있을 듯하다. 2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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