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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임 공정위장·금감원장 누구] 진웅섭 금감원장 내정자

'마이너'서 화려한 부상 '유비형 덕장'

"시장 장악" 의외로 강한 노선 걸을수도

/=연합뉴스

신임 금융감독원장에 내정된 진웅섭 정책금융공사 사장은 모피아(옛 재무부 별칭)의 정통 계보를 잇고 있지만 타고난 이력만 놓고 보면 다소 이단아라 할 수 있다.

포항 동지상고를 중퇴한 후 고졸 검정고시를 거쳐 7급으로 공무원 생활을 시작했다가 다시 행정고시에 도전하는 등 이력이 '마이너'에 가깝다.

이 때문에 실무관료 시절에는 승승장구하지는 못했다. 공직생활 초반에는 장관 비서실에 두 차례 있었고 청와대 비서실, 혁신행정과장(총무과장) 등 지원·조정 업무를 주로 했다.

하지만 이런 이력은 결과적으로 그에게 '행운의 길'을 안겨줬다. 특히 이규성 전 재정경제부 장관 비서실에서 최수현 금감원장과 함께 일하면서 쌓은 인연은 최 원장과 평생의 끈을 만들어줬다.

진 내정자는 새누리당 수석전문위원, 금융정보분석원장 등 최 원장과 같은 길을 밟았고 결국 금감원장까지 넘겨받게 됐다. 이 때문에 이번 인선을 두고 최 원장이 일정 부분 역할을 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진 내정자는 비록 엘리트 코스는 밟지 못했으나 내·외부의 평판이 좋았다.

직원들에게 '유비형 덕장'으로 불렸고 신중하고 강단 있다는 평가도 들었다.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 시절에는 금융위 대변인과 자본시장국장 등을 지내며 불공정거래에 대한 과징금제도를 도입하는 등 적극적으로 뛰었다.

이때가 관료로서 가장 빛을 봤던 시절이기도 하다.

전면에 나서는 것을 싫어하지만 '그늘진 자리'라도 나라가 요구하면 몸을 던져 일하는 스타일이다. 그는 과거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공직자는 그늘진 자리라도 나라가 원하면 마다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고는 했다.

다들 꺼리던 정책금융공사 사장을 기꺼이 맡은 것은 진 내정자의 성품을 잘 보여준다. 산업은행과 통합을 앞두고 힘도 없는 1년짜리 사장이었지만 진 내정자는 이를 기꺼이 수행했다.

정치권과의 관계도 돈독하다. 이명박 정부 말기 새누리당 수석전문위원으로 옮겨 새누리당 인사들과 친분을 넓혔다. 정권 말기 여당 전문위원 자리는 관료들이 결코 반가워하는 자리는 아니지만 그는 그 자리에서 묵묵히 책임을 다했고 전화위복이 됐다.



나직한 목소리에 호감 가는 인상을 갖췄다는 것이 그를 만나본 사람들의 공통된 평가다. 어린 시절 울산의 한 라디오 방송국에서 어린이 성우로 활동했던 특이한 경력도 있다. 독실한 기독교인으로 슬하에 딸과 아들 한 명씩 두고 있다.

진 내정자 취임 이후 금감원의 일하는 방식에는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최 원장이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며 세세한 것까지 일일이 챙겼던 스타일이었다면 진 내정자는 꼼꼼하지만 업무를 믿고 맡기는 스타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금감원 내부에서는 신임 금감원장에 대한 우려보다는 기대가 엿보인다. 금감원의 한 관계자는 "금감원이 그간 너무 지쳐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며 "새 원장의 업무 스타일에 많은 직원이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의외로 강한 노선을 걸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진 내정자는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 시절 대변인을 했다. 김 전 위원장의 업무 스타일은 자타가 공인하듯 시장을 장악하는 스타일이다.

실제로 진 내정자는 "금감원 직원들이 환영하고 있다"는 말에 "왜 그러지?"라며 의아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금융위의 후배들에게는 '온화함'으로 업무의 거중조정을 하되 금감원 직원들에게는 고도의 전문성을 통해 시장에 대한 장악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진 내정자는 금융위 자본시장국장과 금융정보분석원(FIU) 원장을 거쳤기 때문에 증권시장의 불공정 거래와 자금 세탁 방지 등에 있어 상당한 전문성을 갖춘 것으로 평가 받는다. 앞으로 금감원의 업무 방향에도 이 같은 진 내정자의 이력이 묻어날 수 있다.

진 내정자는 1959년생으로 올해 55세이지만 행시 기수로는 다소 젊은 28회다. 이에 따라 금감원에도 한바탕 인사 회오리가 불 것으로 보인다. 최종구 수석부원장(행시 25회)의 경우 고시 후배가 원장으로 온 이상 퇴진이 불가피해 보인다. 조영제 부원장도 자리를 터주기 위해 용퇴할 가능성이 있다. 금감원 서열 2, 3위 임원들이 한꺼번에 물러날 경우 조직 전반에 걸쳐 인사 이동폭이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1959년 서울 △고졸 검정고시 △건국대 법학과 △행시 28회 △재정경제부 공보과장 △금융감독위원회 혁신행정과장 △금융위 공정자금관리위원회 사무국장 △금융위 대변인 △금융위 자본시장국장 △금융위 금융정보분석원장 △한국정책금융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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