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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아직도 고전의 권위 믿으십니까

■ 책의 정신(강창래 지음, 알마 펴냄)<br>오디세이는 짜집기 결과물일뿐<br>연애·SF소설이 사회변혁 주도<br>권장도서·걸작에 회의적 시선

자크 루이 다비드가 그린 소크라테스의 죽음 이다. 이 그림 해설에는 대개 소크라테스가 악법도 법이다라고 말하며 장렬하게 죽음을 맞이한다 고 써있다. 하지만 그는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 이는 2004년 교과서에서도 빼라는 대법원 판결까지 났지만, 그래도 여전히 사용되고 있다. /사진제공=알마


1950년대 프랑스 영화계 '누벨 바그의 기수'로 잘 알려진 프랑수아 트뤼포는 영화를 사랑하는 방법으로 세 가지를 들었다. 먼저 같은 영화를 두 번 보는 것, 그리고 영화에 대한 글을 쓰는 것, 마지막으로 영화를 만드는 것이다.

독서 애호가도 으레 비슷한 과정을 거친다. 책을 읽다 보면 아끼는 목록이 생기고 그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거나 독후감, 서평을 쓰게 된다. 그리고 그 끝에 직접 책을 쓰게 된다. 그것이 창작물이든 평론집이든.

저자 강창래도 즐거움이야말로 독서의 가장 본질적인 부분으로 보며, 독후감을 독서의 완성으로 본다. 나아가 다른 사람들과 책에 대한 생각을 나누며 자신의 편견을 벗어나고, 생각이 다른 사람과 소통하고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라고 권한다.

그리고 책을 썼다. 이번 책은 서문에서도 밝혔듯 책에 관한 책, 바로 '메타북'이다. 2005년부터 느티나무도서관재단의 장서개발위원회에서 활동하며 대학과 도서관 강의를 겸해온 그는 이미 사서들과 도서관 활동가들 사이에 유명 인물이다. 그런 그가 지난 10여 년간 1,000회에 이르는 도서관 강연, 출판전문지 기고 등을 바탕으로 책을 엮었다.

그가 의심하는 것은 무엇보다 '고전'의 권위다. 유명 대학이나 문화 관련기관에 의해 '권장도서'의 이름으로 강요되는, '오랜 세월에 걸쳐 온갖 비평을 이겨내고 살아남아 널리 애독되는, 시대를 초월한 걸작'이라는 일반적인 정의가 맞느냐는 얘기다. 그는 대표적인 예로 '오디세이', '소크라테스의 변명', '논어' 등을 든다.

호메로스의 '오디세이'는 이미 플라톤이나 17세기 대수도원장 프랑수아 에드랭에 의해 형편없는 줄거리, 빈약한 캐릭터를 지적 받고, 심지어 여러 시인의 작품 짜깁기라는 평가까지 나온다. 이후 20세기 후반 정설로 받아들여져도 일반 독자들에게는 생소한 얘기다. 스승과 동료를 배신할 수 없고, 심지어 자신의 기반까지 파괴할 이러한 비판에 대해 전문가들은 침묵한다. 그렇게 '일리아드·오디세이'는 여전히 권위 있는 고전의 자리를 지킨다. 소크라테스나 공자의 사후에 제자들이 사상을 그대로 전한다는 고전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저자가 꼬집는 것은 보수·진보를 가리지 않는다. 모두의 독선에 일침을 가한다. 오히려 현재까지도 일류로 인정받지 못하는 장르인 연애, 포르노, SF 소설이 사회의 변혁을 이끄는 데 더 큰 역할을 하지 않았느냐고 되묻는다. 계몽사상가 볼테르는 잔 다르크를 소재로, 음란하고 외설적인 '오를레앙의 처녀'를 쓰고, 백과사전으로 유명한 디드로는 루이 15세를 풍자한 포르노소설 '경솔한 보배'로 감옥까지 간다. 루소의 연애소설 '신 엘 로이즈'는 계급·성별·나이에 상관없는 공감을 일으켰고, 모두가 같은 사람이라는 '평등'에 대한 인식을 심어주었다고 말한다. 요인즉 인권에 대한, 프랑스대혁명에 대한 사회적 배경이 되었다는 얘기다.

또 유사 이래 존재해온 포르노그래피는 계몽사상가들의 사상을 전달하는 도구로 이용된다. 라메트리는 '계몽사상가 테레즈'에서 실제 예수회 신부의 성 스캔들을 옮기는가 하면, 성교장면 전후에 육체적 쾌락을 정당화하는 형이상학적 논의를 담는다. 영혼의 고귀함에 차이가 있다는 생각을 바탕으로 한 구체제에는 위협적인 내용이다.

이 외에도 다윈의 진화생물학과 사회진화론, 나아가 우생학까지도 짚어본다. 특히 우생학은 나치에 의해 그 광기를 드러냈지만, 사실 당시에는 유럽 전체에 보편적으로 퍼져있던 경향이었다는 점도 지적한다.저자는 좀 더 국내 상황에 집중한 후속편도 준비하고 있다. 조선시대·근대 한국인의 책 읽기와 사회학, 성장소설, 동화, 그림책, 가족의 역사를 다룰 계획이다. 1만9,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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