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공과대학이 세종시에 제2캠퍼스를 짓는 방안을 내놓으면서 어느 대학이 세종시에 입주할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세종시를 둘러싼 정치권의 논란이 어떻게 마무리될지 여부에 따라 다소 변수가 있지만 현재는 애초 행정도시에 캠퍼스 조성 계획을 세웠던 KAIST와 고려대의 경우 예정대로 입주할 가능성이 크다. 서울대 공대 제2캠퍼스도 기존 공대가 이전되는 것이 아닌 만큼 추진 가능성이 크고 정부가 세제ㆍ시설 등 혜택을 제공할 경우 타지역에 캠퍼스를 조성하려던 대학들도 세종시에 관심을 가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6일 서울대 공대에 따르면 세종시에 융·복합 학문 분야 제2캠퍼스인 '집현캠퍼스'를 설립하는 안을 올해 말까지 마련해 단과대 내 의견수렴을 거친 뒤 대학본부와 평의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강태진 학장은 "과학기술 분야를 발전시키고 산업을 지원할 수 있는 인재를 길러내기 위해서는 연구시설이 필요하다"면서 "우주융합신기술공동연구원ㆍF-Labㆍ해양에너지연구원 등 3개 연구소를 설립해 운영하려면 대학과의 연계가 필수적이기 때문에 제2캠퍼스를 추진하게 됐다"고 밝혔다. 강 학장은 "공대 이전과는 전혀 별개 문제이기 때문에 관악캠퍼스에서는 의자 1개도 가져가지 않을 것"이라면서 "지난 정부 10년 동안 서울대 축소 분위기에 따라 공대 정원이 1,450명에서 798명으로 600명 넘게 줄었는데 이를 다시 환원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강 학장이 최근 이장무 총장에게 구두로 보고한 초안에 따르면 '집현캠퍼스'는 교수 270명과 학생 6,500명을 선발해 관악캠퍼스에 없는 초학제 간 융ㆍ복합 학문 교육 및 연구를 수행할 계획이다. 강 학장은 "안이 확정되면 3년 내에 공사를 마무리 짓고 이르면 오는 2013년부터 신입생을 받을 수 있다"면서 "서울대가 세종시로 가면 200~300개의 벤처기업과 대기업 연구소가 따라올 것이기 때문에 한국판 실리콘밸리로 키울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2007년과 2008년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과 세종시 캠퍼스 조성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고려대와 KAIST의 경우 예정대로 입주할 것으로 보인다. 고려대는 세종시에 2014년까지 132만m² 규모의 캠퍼스를 조성해 국가경영대학 등 5개 단과대학과 치ㆍ의학 전문대학원 등 2개 전문대학원, 의ㆍ생명공학특수대학원 등 4개 특수 대학원을 개설할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고려대는 기존 세종캠퍼스(옛 서창캠퍼스)와 세종시가 지리적으로 가깝기 때문에 연계성이 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고려대의 한 관계자는 "구체적인 안을 짜고 있지만 정부 (수정)안이 어떻게 나올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고려대는 많은 재원이 들어가기 때문에 미래 가치 등을 잘 따져보고 사업을 추진한다는 입장이지만 결국 세종시에 입주하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KAIST는 세종시 원안 수정 여부와 관계없이 캠퍼스 조성 계획을 예정대로 추진하고 당초보다 규모를 더 늘릴 예정이다. KAIST는 당초 31만m²(9만평) 규모이던 캠퍼스 부지를 건설청과 협의해 158만m²(48만평)로 5배 이상 확대하기로 했으며 과학기술정책대학원과 의과학대학원ㆍ연구중심협력병원 외에 산학연 협력단지 등을 추가로 조성할 계획이다. 장순흥 교학부총장은 "세종캠퍼스 조성과 관련해 KAIST는 시종일관 같은 입장"이라면서 "정치적 논란과 관련없이 계획대로 입주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세종시 입주 후보로 거론된 이화여대는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하고 현재 추진하고 있는 파주캠퍼스 건립에 주력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정부가 세종시 입주 대학에 세제ㆍ시설 지원 등 파격적인 혜택 등을 제공할 경우 미군 반환 공여지나 경제자유구역에 캠퍼스를 조성하려는 대학들이 상당한 관심을 기울일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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