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채터누가’라는 도시는 미국 동남부 테네시계곡개발공사(TVA)로 유명한 테네시 강가에 자리잡고 있다. 이곳의 명물은 길이 1.2㎞의 월넛스트리트 다리다. 이 다리에는 보행자와 자전거만 있을 뿐 차는 보이지 않는다. 세계에서 가장 긴 보행자 전용다리다. 공해로 악명 높은 이 도시는 자가용 때문에 생기는 교통체증과 자동차 배기가스를 줄이기 위해 시내에 차를 들여놓지 않는 방식을 채택했다. 시내 입구에 주차하고 전기 셔틀버스로 갈아 타야 한다. 이곳에서는 자동차보다 보행자를 우선하고 배기가스가 전혀 없는 전기버스를 활용하고 있다. 그래서 이곳은 미국에서 가장 대기오염이 심했던 도시가 가장 살기 좋은 친환경 도시로 탈바꿈한 대표적인 예이다. 건설교통부가 최근 교통개발연구원에 의뢰, 외국인을 대상으로 국내의 이동ㆍ편의수준을 조사한 결과 버스가 37점, 보도 40점, 지하철 52점으로 골고루 ‘수준 이하’ 평가를 받았다. 외국인들은 우리나라 도시에서 보행권이 보장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육교와 지하도가 유난히 많아 걸어다니는 게 너무나 불편하다고도 얘기했다. 자동차 매연은 물론 걷다가 쉴 만한 공간이 부족해 보행은 곧 짜증으로 변한다는 불평도 나왔다. 도시 버스에 대한 불만은 승객에 대한 배려가 없는 데서 연유한다. 발착이나 정차시간이 정확하지 않을 뿐 아니라 급정거와 난폭운전으로 불쾌감을 주고 있다. 버스 시스템과 서비스는 브라질 ‘쿠리치바’시에서 모범답안을 찾을 수 있다. 쿠리치바에서는 튜브형 버스정류장을 만들어 노인과 어린이도 편하게 버스를 타고 내릴 수 있으며 차 3개를 주름판으로 연결한 긴 버스는 2분 간격으로 정확히 도착한다. 게다가 그 빠르기는 지하철 수준이다. 지하철이 없는 인구 160만명의 도시에서 교통은 거의 완벽하게 버스만으로 해결한다. 지하철 건설에 엄청난 비용을 쏟아붓는 우리나라 도시는 과연 옳은 선택을 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지난 90년 열린 일본 오사카 ‘세계꽃박람회’에서는 쿠리치바시 번화가에 있는 일명 ‘꽃의 거리’라 불리는 1㎞ 보행자 전용도로가 최고의 평가를 받았다. UN은 쿠리치바시를 ‘지구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로 선정하기도 했다. 쿠리치바시는 선진국 도시가 아니다. 우리와 유사한 경제수준의 브라질에서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꿈의 도시를 만든 것이다. 도시 전역에 잔디광장을 더 많이 만들고 시멘트로 복개된 도시 하천이 복원되고 보행자가 유쾌하게 걸어 다닐 수 있는 도시가 탄생하기를 기대해본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