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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스윙을 더 자랑스러워 하게 됐어요." 9일 끝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에쓰오일 챔피언스인비테이셔널에서 생애 첫 우승을 수확한 김혜윤(19ㆍ하이마트)은 올 시즌 데뷔와 함께 관심을 끌었다. 초반부터 잇달아 '톱10'에 입상하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독특한 형태의 스윙이 팬들의 뇌리에 '개성파' 새내기로 기억되는 데 큰 몫을 했다. 김혜윤은 드라이버 샷을 할 때 한 마디로 리듬을 타며 '스텝스윙'을 한다. 우선 양발을 모으고 서는 어드레스부터 '표준 스윙'과 사뭇 다르다. 테이크어웨이를 시작하면서 뒤쪽(오른쪽) 발을 타깃 반대쪽으로 옮겨 디디는데 발이 클럽헤드보다 조금 먼저 움직인다. 백스윙 톱 단계에 이르기 직전 이번에는 왼발을 타깃 방향으로 내딛고 이 왼발에 체중을 실어 축으로 삼으면서 다운스윙을 한다. 언뜻 수월해 보이지만 여간 힘든 게 아니다. 특히 이 스윙의 압권인 백스윙-다운스윙 전환 단계에서 왼발을 떼는 타이밍과 왼발을 이동하는 거리를 일정하게 맞추기가 가장 어렵다. 야구선수의 스트라이드를 연상케 하는 동작으로, 멈춰 있는 볼을 정확히 가격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리듬과 타이밍이 필수다. 김혜윤도 아이언과 우드 샷은 스텝스윙을 하지 않는다. 이렇게 쉽지 않은 스윙은 개성적인 트레이드마크가 됐지만 출발점은 '생존본능'이었다. 163㎝인 그는 유독 드라이버 샷 거리가 짧아 고민했다. 초등학교 3학년 때 골프를 시작한 그는 중학교 2학년 때까지 세컨드 샷에서 남들이 아이언을 잡을 때 우드를 꺼내들어야 하는 일이 잦았다. 위대한 발견은 우연히 이뤄졌다. 연습장에서 리듬감을 찾기 위해 발을 모으고 치는 연습을 하던 중 발을 움직이며 쳤더니 빨랫줄 샷이 나오기 시작했던 것. 아버지와 함께 상의하고 다듬은 끝에 고교 1학년 제주도지사배 대회부터 '실전용'으로 구사해왔다. 15야드가 늘어나면서 평균 드라이버 샷 거리는 240~250야드 정도가 됐다. 지난해 KLPGA 2부투어에서는 상금왕에 올랐고 올 시즌 막바지에는 첫 우승까지 따내며 신인왕 후보 대열에도 합류했다. 스텝스윙에 가려진 쇼트게임 능력은 최고 수준으로 평가 받는다. "어릴 적에는 주위의 눈길과 평가에 신경이 쓰였지만 이젠 너무 자랑스럽고 당연히 스윙을 바꿀 생각은 전혀 없다"는 김혜윤은 "아마추어 골퍼들은 보기만큼 쉽지 않으니까 따라 하기보다 체중이동과 리듬감, 그리고 하체로 리드하는 감각을 파악하는 수단으로 활용하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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