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는 치킨이 패스트푸드의 대표적인 음식으로 알려져 있다. 피자, 햄버거와는 위상이 다른 독보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경제적으로 넉넉치 못했던 60~70년대부터 지속적으로 사랑 받아온 통닭에 그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예로부터 동네에 하나쯤 있을 법한 시장에서는 닭 집이 한두 개쯤 있었고 이러한 닭 집에서는 생닭 뿐만 아니라 닭튀김과 통닭을 팔기도 했다. 특히 이러한 통닭은 서민가정에 있어 월급날 벌어지는 ‘대박사건’이기도 했다.
당시 어린 시절을 보낸 중장년층은 ‘아버지 월급날이면 어머니 손 잡고 시장 가서 통닭을 사오곤 했다’고 회상하는 경우가 많다. 다른 종류의 고기는 비쌌고 그로 인해 자연스럽게 서민들은 닭고기 요리를 선호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통닭 붐은 60년대 후반 이후 한국이 산업화의 길을 걷게 되면서 더욱 확산된다. 특히나 70년대 이후 삶의 질이 조금씩 높아지면서 기존의 통닭이 아닌 전기구이 통닭이라는 새로운 방식의 바삭바삭한 통닭이 등장하게 된다.
이러한 흐름의 중심에 명동의 영양센터가 있었다. 영양센터는 당시 전기구이통닭 붐을 주도한 가게였다. 지금도 1970년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나 소설 작품에서 영양센터가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것을 볼 수 있을 정도다.
그러나 1980년대에 들어서면서 프랜차이즈 외식업체가 늘어나게 된다. 대표적인 업체로 KFC가 있다. 매콤하고 기름진 맛에 한국인들은 점점 길들여지게 된다.
결국 그 뒤를 이어 다양한 국산 후라이드 치킨업체가 등장하게 되면서 전기구이 통닭은 점점 입지가 줄어들게 된다. 현재 전기구이 통닭 프랜차이즈는 영양센터 정도만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전기구이 통닭은 이제 길거리 트럭에서 파는 상품으로 인식되고 있다.
또한 1976년 시작한 최초의 치킨 프랜차이즈 림스 치킨을 시작으로 페리카나, 멕시카나 등 배달업체가 잇달아 등장하며 전기구이 통닭시대는 빠르게 끝났다.
결국 현재 사람들이 흔히 시켜먹는 치킨은 1980년대부터 시작된 새로운 음식인 셈이다. 그리고 해외에서는 볼 수 없는 한국 특유의 음식문화로 발전되었다. 오늘날 치킨은 새로운 소스와 조리법과 함께 다시 한번 진화하고 있다.
치킨의 질주는 현재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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