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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출구전략 늦어질수록 신흥국 큰 타격"

양적완화 유지에 월가 전문가 우려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의 양적완화는 일종의 마약으로 출구전략이 늦어질수록 금단증상도 더 격렬해져 인도ㆍ인도네시아 등 일부 신흥국들이 큰 타격을 받을 것입니다." (헤지펀드인크레이그드릴캐피털의 크레이그 드릴 대표)

미국 중앙은행인 연준이 지난 18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예상을 깨고 현재 월 850억달러인 채권매입 규모를 유지하기로 하며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발표 첫날 양적완화 유지에 환호하던 글로벌 증시는 미 경제 회복세가 그만큼 부진한 게 아니냐는 평가가 나오면서 하루 만에 약세로 돌아섰다. ★관련기사 4ㆍ5ㆍ19면

특히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미 공화당이 본격적인 예산전쟁에 돌입하면서 금융시장이 2011년 미 신용등급 강등 때와 같은 대혼란에 빠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진 20일(현지시간) 월가의 투자가와 이코노미스트 등 4명을 뉴욕 맨해튼 미드타운의 한 헤지펀드 사무실에서 만났다. 연준의 양적완화 유지 배경과 신흥국에 미칠 영향, 미 예산전쟁의 파장 등을 듣기 위한 자리였다.

이들은 연준이 양적완화를 유지하기로 한 데 대해 미 경기 회복세가 예상보다 미진한데다 의회의 예산전쟁 등으로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고용시장이 아직 부진한 가운데 섣불리 출구전략에 들어갔다가는 미 경제가 순식간에 식어버릴 수 있다는 것이다.



헤지펀드인 아비터파트너스의 폴 아이작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연준은 양적완화 축소 여부가 경기지표에 달려 있다고 일관되게 말해왔다"며 "실업률이나 인플레이션 지표 등이 연준의 목표에 못 미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연준이 시장과의 소통에 실패한 것이 아니라 시장이 연준의 의도를 잘못 읽었다는 말이다.

특히 이들 전문가는 양적완화 축소보다 미 정부 폐쇄가 초래할 충격이 더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 드릴 대표는 "정치권의 예산싸움은 정치적으로 해결되기 어려운 문제"라며 "정부 폐쇄가 미 경제에 영구적인 충격은 주지 않겠지만 단기간으로는 시장이 붕괴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이들은 연준의 양적완화 축소조치가 내년으로 늦춰질 경우 일본이 당분간 엔화약세를 유도하는 환율전쟁을 이어가면서 한국 경제도 타격을 입을 것으로 내다봤다.

아울러 연준의 출구전략이 늦어질수록 인도ㆍ인도네시아 등 펀더멘털이 취약한 일부 신흥국들이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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