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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재능기부, 그리고 힐링


6개월간 준비해온 제주보육원 어린이들의 연말 영어발표회가 끝난 지 한달 가까이 지났지만 많은 장면이 머릿속에 맴돈다. 흔하디 흔한 아이들의 영어발표회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지만 함께 준비했던 직원들은 발표회가 끝나갈 즈음 몰래몰래 눈물을 훔쳤다. 이들에게 이번 행사는 단순한 영어발표회나 회사 봉사활동의 결과물이라기보다 마음의 아픔을 치유하는 힐링의 시간이었다.

제주항공에는 '봉우리승무원'이라는 모임이 있다. 제주항공과 제주보육원이 자매결연을 맺고 실시하는 재능기부의 일환으로 승무원들이 매주 돌아가며 아이들과 함께 영어공부를 하는 회사차원의 사회환원 단체다. 봉우리승무원 활동을 하러 가는 길은 개인적으로 언제나 마음의 평화를 얻는 시간이다. 제주의 여느 소박한 길이지만 왼쪽의 바다를 눈으로 쫓으며 보육원으로 가노라면 어느새 직장생활의 슬럼프, 때때로 느끼는 무력감은 어느새 사그라진다.

아이들을 만나서도 마찬가지다. 시끄럽게 떠드는 아이, 자기를 시켜달라며 우는 아이, 자기를 시킨다고 우는 아이 등 수업시간은 쉽지 않다. 그렇다고 미워할 수가 없다. 수업이 끝나고 서울로 올라갈 때면 아이들은 모두 약속한 듯 정문 앞까지 따라와 또 언제 오냐며 우리를 배웅한다. 이때마다 또 함박웃음 짓고 있는 직원들이 많은 걸 보면 회사 봉사활동을 통해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이가 나 혼자는 아닌 듯하다.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계속해서 주기만 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재능기부활동은 주기만 하는 일이 아니다. 우리 직원들은 아이들에게 그들의 재능인 기쁨과 순수, 웃음을 기부 받고 있었다. 그러기에 봉사활동이 무엇인지도 모르던 내가 보육원에 가는 시간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 아닐까.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이 많아진다면 우리 사회의 더 많은 이들이 힐링의 기회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기업의 사회적 활동으로 시작한 재능기부는 어느새 직원들을 위한 활동이 돼 있음을 깨닫게 된다. 나는 오늘도 아이들에게 치유를 받고 돌아오며 월 말에 나올 다음달 스케줄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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