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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소재가 만들어내는 공포 느껴보실래요

영화 '마녀' 11일 개봉


"오늘 밤 8시까지 마감 못 하면 손가락 하나 자를 수 있어?"

팀장 이선(나수윤)은 신입 사원 세영(박주희)의 업무가 성에 차지 않는다. 오늘도 세영의 보고서가 못마땅하고, 다시 작성하겠다는 그녀에게 비아냥거리듯 손가락을 운운한다. 그런데 웬걸, 세영은 "8시까지 일을 끝내면 팀장의 손가락 하나를 자르라"며 섬뜩한 내기를 제안한다. 마침내 다가온 마감 시간. 제때 일을 마친 세영은 보고서를 들고 이선 앞에 선다. 한 손엔 가위를 들고 말이다. 여기까지만 해도 영화는 '재수 없는' 직장 상사를 겁주는 당돌한 후배의 활약상 정도로 생각된다. 그러나 이선이 세영의 뒷조사에 나서고 세영의 과거가 하나씩 펼쳐지며 당돌한 신입사원은 광기 넘치는 사이코패스로 돌변한다.

사실 마녀는 오피스 괴담을 표방하지만, 사무실과 직장생활은 이야기가 출발하는 장치일 뿐이다. 영화가 정작 말하고자 하는 것은 자신을 상처 내 사람들의 사랑을 갈구하는 가엾은 외톨이와 그 인간의 뒤틀린 욕망이다. 3,000만 원으로 만든 저예산 영화답게 '특수'라는 수식어가 들어가는 조명이나 분장·소품은 없다. 그러나 사무실, 집이라는 평범한 공간과 압정, 가위, 연필 같은 익숙한 소재들이 오히려 '만들어진 공포'가 아닌 '현실적인 공포'를 선사한다. 배우 박주희의 사이코패스 연기는 단연 최고다. 어떤 순간에도 소름 끼치게 덤덤한 그녀의 시선과 말투는 러닝타임 내내 관객의 긴장을 요리한다. 제15회 전주국제영화제 CGV무비꼴라쥬 창작지원상 수상작으로 11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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