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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08명 거쳐간 특수교육 효시… 교수법 노하우 선진국도 배워가

서울농학교 개교 100년

서울 종로구 신교동에 있는 서울농학교 교정에 봄 햇살이 비치고 있다. 개교 100년이 된 서울농학교는 탁월한 교육 프로그램으로 국내외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사진제공=서울농학교

"지난달에는 일본의 특수학교 교사가 우리 학교의 교수법을 배워가기 위해 방문했습니다. 100년의 노하우가 쌓이면서 이제는 선진국들이 배워갈 정도가 돼 뿌듯합니다."(이갑용 서울농학교 교감)

지난달 1일 개교 100주년을 맞은 국립 서울농학교의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이 국내외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1913년 4월1일 제생원(濟生院) 맹아부로 시작한 서울농학교는 같은 뿌리를 갖고 있는 서울맹학교를 제외할 경우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특수교육의 역사를 자랑한다. 그동안 학교를 거쳐간 졸업생은 7,908명에 이른다.

최근에는 청각장애아라 하더라도 일반 학교에 다니는 사례가 늘면서 현재 서울농학교의 재학생은 160명 정도로 줄었지만 서울농학교만의 특수교육 프로그램은 장애아와 장애아를 둔 학부모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말 익히기 프로그램이다. 이명준 교사가 정보통신기술(ICT)을 이용해 개발한 말 익히기 프로그램은 태블릿PC나 스마트폰으로 사이트에 접속한 뒤 동영상 속 사람의 입 모양을 따라 발음하면 발음의 정ㆍ오답을 알려주는 방식이다. 이명준 교사는 "청각장애아들은 다른 사람들 앞에서 말 연습하는 것을 부끄러워하는데 자체 개발한 말 익히기 프로그램이 나온 뒤로는 말 연습을 하는 아이들이 부쩍 늘었다"고 뿌듯해했다.

청각언어센터의 도움을 받는 학생도 많다. 청력 검사를 통해 적절한 치료 시기를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검사는 아이에게 여러 소리를 들려준 뒤 아이가 소리에 맞춰 제대로 블록을 쌓는지를 교사가 살피는 방법으로 이뤄진다. 또 보청기나 인공와우이식술(인공 달팽이관 이식 수술) 등을 통해 소리를 듣기 시작한 아이들에게 소리에 대한 감을 길러주기도 한다. 소리를 처음 들어 무슨 소리인지 모르는 아이들에게 경찰차의 사이렌 소리를 들려준 뒤 경찰차가 그려진 카드를 찾게 해 소리에 대한 변별력을 키워주고 있다.

농학교 홈페이지에는 구화ㆍ수화동화에서부터 8,000여개에 이르는 수화사전 등 풍부한 학습 데이터가 있다. 교사들은 "수화를 하다 보면 어휘력이 많이 떨어질 수 있는데 이런 자료들이 어휘력을 기르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고 입을 모았다.

인성교육에도 힘을 들이고 있다. 유치부의 경우 장애인과 비장애인반을 동시에 운영하고 있다. 비록 두 학급이 분리돼 있지만 통합 교육 방침에 따라 하루에 몇 시간 또는 일주일에 하루는 공동 수업을 진행한다. 이는 장애를 가진 아이와 그렇지 않은 아이들이 한데 어울려야 서로를 자연스럽게 이해하고 배려할 수 있게 된다는 서울농학교의 교육 철학에 따른 것이다. 함영기 교감은 "장애가 없는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장애를 가진 이와 어울리면 장애와 상관없이 장애아를 친구로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이 외에 서울농학교는 디지탈아트반, 미디어아트반, 도예, 패션의류, 한지ㆍ염색공예, 퀼트소품 등의 특성화된 직업교육으로 장애아들의 졸업 후 사회 적응을 돕고 있다.

물론 이런 것들이 처음부터 있었던 것은 아니다. 이갑용 교감은 "과거에는 장애아라는 이유로 손님이 오면 부모가 아이를 다락에 숨겼고 사람들도 특수학교를 이상하게 바라봤다"며 "학교에도 이런 청력 검사기구가 없어 병원에 가야만 했다"고 회상했다. 정현효 교장은 "특수학교가 뿌리를 내린 지 100년이나 되다 보니 이제 국가는 물론 사람들의 인식도 많이 바뀌어 이렇게 좋은 시설도 갖출 수 있을 정도가 됐다"고 말했고 이경선 교사도 "미국이나 북유럽 등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특수학교에 대한 지원이 좋아졌다"고 자랑스러워했다.

앞으로의 100년에 대해 묻자 교사들 모두 장애 없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피력했다. 이명준 교사는 "100년 후에 청각장애가 완전히 사라져 이런 이유 때문에 학교가 문을 닫는다면 아쉬움이 없을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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