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만 나오면 뭐 하겠노? 기분 좋~다고 소고기 사묵겠지." 이는 코미디언의 대사내용을 인용한 현실풍자지만 그냥 웃고 넘기려고 하는 말이 결코 아니다. 안타까운 대졸 청년백수의 탄식소리를 대변해본 것이다. 한국을 일으킨 산업화의 기적은 교육열과 근면ㆍ성실이 어우러진 강점에서 비롯됐음은 세계가 인정하는 사실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교육의 강점이 학벌만능의 사회를 만들어 성장동력이 추진력을 잃어가고 있다. 이는 미래를 간과한 교육정책에서 비롯됐지만 경쟁력의 보고인 대학생들은 '대학졸업장=실업자증'이라는 암울한 어둠 속에 갇혀 있을 뿐이다. 한마디로 교육의 모든 것이 대학으로 통하는 교육정서가 만들어낸 제도의 모순으로 겪는 고통이다.
학벌만능주의에 대졸실업자 급증
산업인력양성이 목적인 특성화고는 직업교육 완성학교의 정체성을 잃은 지 오래다. 70%가 넘는 졸업생이 산업현장을 외면하고 대학 진학을 택하고 있다. 공고ㆍ상고ㆍ농고 등으로 부르던 실업계고교를 전문계고, 특성화고 그리고 특목고인 마이스터고의 출현까지 간판을 달리하면서 본질에 충실하려 몸부림쳤지만 결국은 연계교육기관으로 전락한 것이다. 이를 분별없이 설립된 대학 때문이라는 일선 교장선생의 염려가 교육정책의 난맥상을 잘 대변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대졸자 4명 중 1명이 고졸일자리를 빼앗고 있으니 특성화고의 정체성 회복은 더더욱 요원해 보인다. 기능올림픽에서 독일ㆍ스위스ㆍ일본을 물리치고 18번이나 세계를 제패한 기능강국이지만 제조업강국과 기능선진국의 반열에 오르지 못하고 있다.
단기대학의 설립강점은커녕 전문대학을 사실상의 4년제 대학으로 만든 것은 교육의 모든 것이 오직 대학으로 통하고 있음의 반증이다. 교육연한을 늘리고 학장을 총장으로 불러야만 전문대가 경쟁력을 갖는다는 것은 크게 잘못된 논리다. 아무리 여야 국회의원이 만장일치로 만든 제도라고는 하지만 교육백년대계를 간과한 정책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전문대에 석ㆍ박사과정까지 개설하는 것은 정체성을 잃은 변화의 극치로 분명한 변질일 뿐이다. 설립취지에 충실하기 위한 혁신과 개혁에서 강점의 역량이 표출되는 법이다.
이처럼 학벌만능주의는 교육이 교육을 망쳐 놓는 기이한 현상을 초래하면서 대학을 사실상의 의무교육으로 만들었다. 2012년 기준 고등교육기관과 재적학생 수는 각각 432개교에 372만8,802명에 이르게 된 것이다. 분별없는 대학난립으로 인한 대졸자 양산은 마치 판로가 막힌 제품과도 같다. 그 결과 대졸이상 학력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39%보다 높은 64%에 이르며 또한 청년백수는 무려 309만명이다. 한정된 일자리에 넘쳐나는 대졸자는 도토리 키재기식의 경쟁을 위한 스펙 쌓기에 내몰려 청춘을 다 허비하고 있다.
대학난립 막는 교육 대수술 절실
인도의 간디가 공공의 적이라고 규정한 원칙 없는 정치가 교육기관의 정체성 실종과 학력 인플레이션을 자초한 것이다. 선심성 포퓰리즘에다 정작 할 일을 외면한 역대 정부의 님트(NIMTㆍNot In My Term)현상의 무책임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 결과 대졸자의 고졸 자리를 뺏는 신 위장취업, 반값등록금, 대학졸업장=실업자증, 청년백수증가, 중소기업의 인력난, 학력과 일자리의 미스매치 등의 난제에 직면한 것이다. 이 모든 난제 해결이 망국병을 앓고 있는 대학만능주의의 대수술에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것이 교육기관의 정체성 회복과 능력중심사회 실현의 근원이다. 아무쪼록 능력의 가치를 인정하는 능력중심사회가 실현돼 "기분 좋~다고 소고기 사묵겠지"가 긍정적인 현실 풍자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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