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월요초대석] 이영남 한국여성벤처협회 회장
입력2004-09-12 19:35:40
수정
2004.09.12 19:35:40
"벤처기업 대출금 무차별 회수 말아야"<br>中企사장들 "정부 민생모른다" 불만 폭발직전<br>기계적 심사기준 대신 장기적 관점서 지원을<br>여성기업인들 중에서도 '글로벌 스타' 나와야
[월요초대석] 이영남 한국여성벤처협회 회장
"벤처기업 대출금 무차별 회수 말아야"中企사장들 "정부 민생모른다" 불만 폭발직전기계적 심사기준 대신 장기적 관점서 지원을여성기업인들 중에서도 '글로벌 스타' 나와야
女벤처기업인 위상강화 한몫
끊임없이 도전하는 당찬 여장부
이영남 한국여성벤처협회 회장약력
▦부산 출생(57)
▦동아대
▦아주대 경영대학원
▦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
▦광덕물산
▦서현전자 설립
▦이지디지털 대표이사 취임
▦여성벤처기업협회 회장
대담: 박민수 정보산업부장 minjsoo@sed.co.kr
"요즘 중소기업 사장들을 만나면 '사업하기 너무 힘들다' '그만 사업을 접고 싶다'는 극단적인 말까지 합니다. '현 정부가 민생을 전혀 읽지 못한다'는 불만이 폭발 직전에 도달했다는 느낌입니다. 노무현 정부의 경제정책에 비교적 우호적인 저도 벤처기업을 운영하는 사장의 입장에서는 요즘 죽을 맛입니다."
이영남(사진) 한국여성벤처협회 회장은 12일 중소기업인들의 분위기를 이같이 전한 뒤 "최근 제조 부문의 아웃소싱을 확대하고 있는데 피곤한 노사ㆍ임금문제 등에 신경을 덜 써도 돼 마음이 홀가분하다"며 씁쓰레했다.
이 회장은 다양한 계측장비를 개발ㆍ생산하는 벤처기업 이지디지털의 사장. 부산 동부산대를 졸업한 뒤 광덕물산에 입사해 근무하다 지난 88년 분사한 전자사업부를 중견 벤처기업으로 키워낸 뚝심의 여성 CEO로 통한다. 2ㆍ3기 여성벤처협회 회장을 잇달아 맡으면서 여성 벤처 전문펀드 결성, 여성 벤처기업인 권익 신장 등 협회 활성화에 큰 공을 세웠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가 처음 회장을 맡던 2001년 100여개에 불과하던 회원사는 현재 240여개로 늘어났다.
-중소기업을 운영하면서 가장 힘든 점은 무엇입니까.
▲대기업들의 하도급 관행이나 판로개척 등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최근에는 금융권의 대출회수 압박이 가장 힘듭니다. 어렵게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는 중소기업들에 대해 자금지원을 늘리기는커녕 오히려 대출금 회수에 나서고 있습니다. 경기침체로 대출금을 떼일 위험이 커졌다고 판단한 금융기관들이 매출이 줄어드는 기업을 상대로 매몰차게 자금을 회수하는 관행은 시정돼야 합니다. 요즘 같은 불황에 매출이 늘어나는 곳이 몇이나 될지 따져보면 거의 모든 중소기업이 대출금 상환압력을 받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벤처 정신으로 무장한 활력 있는 중소기업들을 든든하게 받쳐주지 못하면 우리 경제는 사상누각에 불과합니다. 극심한 돈가뭄에 목이 타는 중소기업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지원대책이 시급합니다. 우선 금융기관부터 단편적이고 기계적인 심사기준으로 무조건 대출금 회수에 나설 것이 아니라 장기적 관점에서 일시적인 어려움을 겪는 유망 중소기업을 지원해야 할 것입니다.
-대기업의 불공정 하도급 관행을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이 있다면.
▲대기업은 그동안 중소기업과 협력해도 별로 얻을 게 없다며 소극적인 자세를 보여왔지만 최근 분위기가 조금씩 바뀌고 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얼마 전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각 사업부서별로 중소기업을 잘 지원해 가시적인 성과를 내는 팀에 별도의 인센티브를 준다든지 업무고과에 반영하는 방안을 제안했더니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하시더군요. 협회 차원에서 그룹들과 일종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해 회원사와 연계해주는 사업도 벌이고 있습니다. 이미 9개 참여업체 중 4곳이 삼성ㆍKTㆍ하나로텔레콤ㆍ한국전력공사 등과 협력사업을 진행하는 등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대기업들은 협력업체인 중소기업을 육성하지 않으면 글로벌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중소기업들도 대기업이 해외에서 정정당당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기술개발에 힘을 쏟아야 합니다. 대ㆍ중소기업간 협업은 멀리 내다보면 기업과 국가의 경쟁력을 높여주는 원천입니다.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의존하거나 군림하려는 자세를 가지면 진정한 상생관계를 유지하기 어렵습니다.
-이지디지털은 어떤 회사입니까.
▲각종 실험기자재와 생산라인 테스트 장비 등 다양한 계측장비를 개발하는 회사입니다. 직원 200여 명 중 30여명이 연구개발 인력입니다. 그동안 80~90% 정도를 수출해왔는데 최근 내수시장이 조금씩 회복돼 내수비중이 높아지는 추세입니다. 기술집약적 산업으로 진입장벽이 높아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경쟁력을 유지하는 데 유리한 편이지요.
-요즘 같은 불황에 아무리 특화된 분야라?사업하기 힘들 텐데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묘안이 있습??.
▲최근 제조 부문의 아웃소싱을 확대하고 경쟁력의 관건인 연구개발 분야에 더 많은 투자와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전통 제조업을 고집하다가는 살아 남기 힘들다는 위기의식이 뒤늦게 작용한 때문이지요. 피곤한 노사ㆍ임금문제 등에 신경을 덜 써도 돼 마음이 한층 홀가분해졌습니다. 16년간 사업을 해오면서 배운 게 있다면 위기가 바로 기회라는 겁니다. 위기상황에 직면할 때 오히려 구성원들이 똘똘 뭉치도록 동기 부여가 되는 것 같습니다.
-창립 6주년을 맞은 협회의 중점 추진사업은 뭔가요.
▲여성 기업인의 마케팅 능력과 리더십, 글로벌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여성 벤처의 최대 약점은 마케팅 능력이 취약하다는 것입니다. 남성에 비해 인적 네트워크가 부족하고 대부분 업체들이 소규모이기 때문입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협회 차원에서 사업을 따내고 해당 업체에 역할을 분배하는 사업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고학력 여성인력들이 전문 분야에서 자리잡을 수 있는 대안으로 시간과 공간에 구애받지 않는 전문 프리랜서인 '이랜서(e-lancer)' 양성 사업을 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여성들이 직장생활을 계속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 중 하나가 출산ㆍ육아 문제입니다. 정부 차원에서도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현장에서 여성들이 느끼는 불만은 많습니다. 협회는 그 해결책으로 이랜서 양성과정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장소ㆍ시간에 구애되지 않는 정보기술(IT) 분야에서 프리랜서로 일하면서 육아 문제도 동시에 해결하자는 거지요. 국비지원을 받아 3차 연도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참여한 여성들의 반응이 아주 좋습니다.
-여성 CEO로서 회사를 경영한다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요.
▲저는 오히려 여성이기에 더 많은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엔지니어 출신이 아니어서 기술의 전반적 흐름을 그때그때 읽지 못했던 점이 가장 안타깝습니다. 그러나 기술이 회사경영의 전부는 아니지요. 전문가의 도움을 받고 연구원들을 잘 관리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습니다.
-여권(女權)과 여성 기업인의 위상이 많이 신장됐습니다.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여성이 경영하는 스타급 벤처기업이 속속 등장하고 거래업체들 사이에 여성 기업인에 대한 신뢰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여성 기업인들은 매우 열정적입니다. 가정이라는 경계를 한번 깬 경험이 있기 때문에 도전정신이 강하지요. 여성이 현실안주적이라는 생각은 편견에 불과합니다. 다만 주변상황이 짧은 시간 안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도록 강요하고 장기전을 준비하기보다 단기전에 급급해하는 경향이 강해 안타깝습니다. 여성의 활동을 가로막았던 장벽들이 사라지면서 창업의 성공 가능성도 높아진 만큼 머잖아 '여성'이라는 수식어가 필요 없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자신합니다. 이제는 여성 기업인들 중에서도 '글로벌 스타'가 나와야 합니다. 그래야 이를 지켜본 여성들이 자신감을 갖고 도전할 수 있지요.
-여성벤처협회 회장으로서 사회에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21세기의 키워드는 '여성'과 '벤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창의성과 리더십을 겸비한 여성 기업가들이 많이 등장해 활발한 활동을 할 수 있는 토양을 마련하는 것이 국가적으로도 중요한 과제입니다. 그러나 여성 기업인 혼자 노력해서 될 일이 아닙니다. 사회 전체가 하나라는 공동체의식을 갖고 모두가 힘을 합치는 상생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 차기 여성벤처협회장은 추대 형식으로 선출하기로 의견을 모으고 있습니다. 선거를 통해 회장을 선출하는 것보다 회원사들의 의견을 취합해 추대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에서입니다."
정리=정민정기자 jminj@sed.co.kr
사진=김동호기자
입력시간 : 2004-09-12 19:35
오늘의 핫토픽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