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는 일단 들어가면 1등을 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1등 못할 시장에는 기웃거리지 말아야 하고 자신 있는 시장에 들어가야죠."
서울경제신문과 만난 변동식(53) CJ헬로비전 대표는 먼저 CJ의 '온리원(ONLYONE) 철학'을 강조했다. CJ헬로비전이 저돌적으로 방송ㆍ통신 융합 시장에 뛰어드는 이유도 애초부터 목표가 '1등'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CJ헬로비전의 방송ㆍ통신 융합 서비스 '티빙(Tving)'은 출시 2년 만에 경쟁사들을 제치고 가입자 500만명의 최고 인기 서비스로 자리잡았다. 티빙은 스마트폰ㆍ태블릿PCㆍ컴퓨터ㆍTV 등 다양한 기기에서 끊김 없이 영상을 즐길 수 있는 N스크린 서비스다.
물론 아직까지 유료 가입자 비중이 낮다는 한계가 있지만 변 대표는 "티빙은 디스럽티브(Disruptiveㆍ기존 틀을 깨는)한 면을 갖춘 미디어고 온라인 미디어로서 굉장히 좋은 점들이 많다"고 단언했다. 예를 들어 영상을 보면서 '티빙톡'으로 다른 시청자와 대화하거나 별도의 창을 통해 화면에 노출되는 제품 정보, 가수나 배우의 정보 등을 확인하는 일도 가능하다. TV를 보면서도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를 손에서 놓지 않는 요즘 시청자들에게는 최적의 서비스다.
야구 경기를 볼 때는 메인 구장은 크게, 또 다른 세 개 구장은 작게 화면을 분할해 시청할 수도 있다. 또 영상만 제공하는 게 아니라 잡지 콘텐츠도 제공된다. 실시간 채널과 주문형비디오(VOD)의 중간 격인 '티빙롤' 서비스도 새로운 미디어로서 티빙의 지향점을 보여준다. 티빙의 티빙롤은 예를 들어 TVN채널 시트콤인 '막돼먹은 영애씨'의 열렬한 시청자들을 위해 '막돼먹은 영애씨' 방송분만 따로 모아 단독 특화 채널을 만들어준다.
CJ헬로비전은 티빙에 얹을 신규 서비스 개발을 위해 '티빙에어 개발자센터(dev.air.tving.com)'도 운영하고 있다. 개발자들이 티빙의 TV채널과 영상 콘텐츠를 활용해 애플리케이션이나 트위터ㆍ페이스북 연동 서비스를 만들어내도록 지원해 하나의 '티빙 생태계'를 만들어갈 계획이다. 이 같은 CJ헬로비전의 행보는 한마디로 단순히 동영상 콘텐츠를 전송하는 게 아니라 '플러스 알파'를 더해주는 데 초점을 맞춘 것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계열사인 CJ E&M 덕도 크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대해 변 대표는 "우리는 CJ E&M의 콘텐츠를 가져다 쓰는 수많은 미디어 중 하나일 뿐 특별히 혜택을 기대하지 않고 그보다는 티빙을 통해 실험적 시도를 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실험적 시도의 일환으로 CJ헬로비전은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 만한 추가 콘텐츠 확보를 구상 중이다. 그는 "티빙에 전세계 대표 채널 하나씩은 끌어들였으면 하는 목표가 있다"며 "또 테드(TED) 강연을 생중계하는 등의 서비스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TED는 빌 게이츠, 마이클 샌델 등 쟁쟁한 유명인들이 참여하는 무료 강연으로 현재는 인터넷 웹사이트에서만 볼 수 있다.
변 대표는 또 '스포테인먼트(스포츠+엔터테인먼트) 콘텐츠'에 대한 관심도 내비쳤다. 예를 들어 자동차 경주도 훌륭한 스포테인먼트 콘텐츠로 빚어낼 수 있다는 게 그의 이야기다. 변 대표는 자동차경주협회장을 겸임하고 있기도 하다. 그는 "자동차 경주는 오는 2015년까지 국내 5대 스포츠로 키울 수 있는 좋은 시장이라고 본다"며 "단순히 경기를 보는 게 아니라 즐기는 문화가 자리잡으면 그것도 좋은 콘텐츠"라고 설명했다.
아직 티빙이 가져오는 수익은 많지 않다. 유료 가입자 비중이 낮은 편인 탓이다. 하지만 변 대표는 "아직까지는 티빙으로 돈을 버는 쪽보다는 가능성을 보는 쪽으로 드라이브하고 있다"며 "충분히 유의미한 데이터를 갖고 분석해 이용자가 뭘 원하는지 적극적으로 먼저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용자가 뭘 원하는지 먼저 제대로 알고 서비스로 묶어내 제공하는 게 '서비스 경쟁'이라는 게 그의 이야기다.
그렇다면 CJ헬로비전의 해외 진출은 얼마나 전망이 밝은 걸까. 현재 '티빙'은 야후아시아와의 제휴를 통해 싱가포르ㆍ대만 등 아시아 8개국에 한류 영상 콘텐츠를 공급하고 있다. 변 대표는 "방송플랫폼 사업이 국가별로 규제가 강한 분야"라면서도 "다행히 규제가 완화되는 추세인데다 굳이 케이블TV가 아니더라도 티빙으로 진출할 수 있는 등 수단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CJ헬로비전은 10여명의 '소수정예'로 구성된 글로벌 사업 전담 조직을 꾸린 후 이들을 현지 시장에 '글로벌 파이오니어(Global pioneer)' 식으로 파견해 시장 조사에 전념하게 하고 있다.
변 대표는 또 "해외 사업자들과는 계속 협력 논의가 오가고 있다"며 "특히 콘텐츠가 있어도 현지 정부의 규제 때문에 채널을 못 받는 사업자들이 티빙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어느 나라 시장에 진출하겠다고 꼭 집어 말하기는 어렵지만 기본적으로 인구밀도가 높으면서도 방송통신 인프라는 취약한 나라들, 일차적으로 아시아 국가들을 염두에 두고 있다"며 "또 CJ 계열사들이 힘을 합쳐 복합 사업이 가능한 지역들도 주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예를 들어 CJ오쇼핑과 CJ헬로비전이 함께 진출해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는지 등을 살피고 있다는 이야기다. CJ그룹의 올해 주요 경영전략 가운데 하나가 바로 '해외진출 가속화'다. 내년에는 그룹 매출의 50%를 해외 시장에서 가져올 계획이다.
물론 CJ헬로비전이 탄탄대로만 걷고 있는 것은 아니다. 올해 초 개시한 이동통신재판매(MVNO) 사업, '헬로모바일'은 예상만큼의 '돌풍'을 불러오지는 못했다. 사업 개시 반 년이 지난 지금 헬로모바일의 가입자 수는 8만명대로 올해 가입자 목표(30만명)의 반도 못 채웠다. 변 대표는 "계획만큼 실적을 내지는 못했지만 하나하나 보면 가능성은 얻은 것 같다"고 자평했다. 그는 "(기존 이동통신사에 비해) 차별 받는 우리가 시장에 진입할 때 생각했던 고객의 총체적 가치가 현실과는 달랐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6개월 동안 수업료를 치렀다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6개월간 우리가 뭘 해야 할지 배웠다"고 덧붙였다.
시장의 기대치에 부합하지 못한 데는 CJ헬로비전의 역량 탓도 있겠지만 시장 상황의 영향도 컸다. 해외의 경우 이동통신 가입자가 전국민의 50% 정도일 때 MVNO 사업자들이 등장해 가입자들을 늘려나갔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이미 가입자 100%가 넘어선 상황에서야 CJ헬로비전 등이 사업을 개시했다. 게다가 SK텔레콤ㆍKTㆍLG유플러스에 비해 단말기 수급력이 떨어진다는 점, 또 국내 롱텀에볼루션(LTE) 가입자가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급증했다는 점도 CJ헬로비전에 불리했다.
하지만 MVNO 시장에서의 '1등'이라는 목표는 여전하다. 변 대표는 "CJ가 자신 있는 것은 이용자들의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세분화 전략"이라며 "음악ㆍ패션ㆍ맛집 등에 관심 있는 이들에게 최적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궁극적으로 "현재의 이동통신 시장을 서비스 위주의 경쟁체제로 바꾸는 '트리거링(Triggeringㆍ기폭제)' 역할을 하고 싶다는 게 그의 이야기다.
변 대표의 말대로 "하루라도 관심을 끊으면 이틀을 게을러질 만큼" 빠르게 돌아가는 역동적인 업계에서 CJ헬로비전의 기업문화도 '다름'을 추구할 수밖에 없다. 일례로 변 대표는 상명하복식 지시 체계를 깨기 위한 독특한 '보고회'를 열고 있다. 그가 직원들 앞에 나서 직접 회사의 상황을 '보고'하고 현재 CJ헬로비전이 어디까지 왔는지, 왜 어떤 일들을 앞으로 해야 하는지를 설득하는 자리다.
인터뷰 말미 직접 만든 보고 자료를 넘겨가며 설명하던 변 대표는 마지막 장을 찢어 내밀었다. 직원들을 향한 당부가 적혀 있었다. 빨간 색으로 강조된 "사람은 죽는 날까지 사는 법을 배우고, 우리는 매일 완벽을 지향하며 불완전하게 살아간다"는 문구에 대해 그는 "겸허를 기반으로 하는 우리의 크레도(Credoㆍ신조)같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3분기 상장 추진… 케이블산업 성장성 적극 알리겠다 유주희기자 ginger@sed.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