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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블 클릭] 종이매체의 부활


중국 고서들의 문체는 일반적으로 간결하다. 글을 담을 용량 부족 탓이다. 대나무를 세로로 쪼갠 죽간(竹簡)이 좁디좁았으니 글자 하나하나를 신중하게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한나라의 채륜이 종이를 개발(105년)했을 때 지식인들은 환호하기보다 우려했다고 전해진다. 질 낮은 정보의 확산을 걱정했던 것이다. 수천년의 세월이 흘러 전자출판 시대를 맞아 세상은 나아졌을까. 인지능력은 날로 떨어지고 표절이 판친다.

△책과 문자를 족쇄로 보는 시각도 없지 않다. 마셜 맥루한은 명저 '미디어의 이해(1964년)'에서 시각과 청각·후각·미각·촉각 등 오감을 동시에 사용하는 복수감각형이던 인간은 문자의 등장 이후 시각에만 의존해 종합능력이 감퇴했다고 주장한다. 맥루한은 구텐베르크 인쇄술 이후 더욱더 떨어진 인간의 지각능력이 텔레비전으로 대표되는 전자문명 덕분에 되살아날 것이라고 예언했다. 신미디어와 활자매체의 등장은 과연 잊혀졌던 인간의 감각을 다시 끄집어냈을까.

△소설가이자 기호학자·철학자인 움베르토 에코는 대담집 '책의 우주'를 통해 맥루한의 시각을 전면 부정한다. '책은 수저나 망치, 가위, 바퀴와 같다. 일단 한번 발명되고 나면 더 나은 것을 만들어낼 수 없는 것들처럼 책은 더 이상 발전이 불가능할 만큼 완전하다.' 인쇄매체는 결코 죽지 않는 얘기다. 수메르의 점토판에서 시작해 파피루스·죽간·양피지·종이로 변해온 활자매체는 에코의 확신처럼 영원할지 모르겠지만 확실한 게 하나 있다.



△활자에서 멀어진 신세대 엄지족들의 지식습득 능력은 갈수록 퇴화한다는 사실이다. 책을 많이 읽던 아이가 컴퓨터에 매달리며 학습능력이 급속히 떨어지는 사례가 어디 한둘인가. 활자가 점점 설 자리는 잃어가는 세태에 미국의 뉴스위크지가 지난해 말 폐지했던 종이판을 부활한다는 소식이 반갑다. 전세계에 330만부 팔렸던 1990년대보다 훨씬 줄어든 10만부라지만 종이매체의 생명력이 빛을 되찾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지식의 힘은 종이와 활자에 나온다./권홍우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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