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연자의 명성도 있어 매진을 예상했는데 생각보다 표가 팔리지 않아서 힘들었어요." "기업 판매가 생각보다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베를린 필에 자금이 쏠린 모양이네요." 불꽃 튀었던 해외 오케스트라 대전이 막을 내렸지만 공연 기획사들의 표정은 씁쓸하다. 지난 2주 동안 국내에서 상트페테르부르크 오케스트라(8~9일), 모스크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11~17일),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15~16일), 시드니 심포니 오케스트라(16~17일) 가 잇달아 공연을 펼쳤으나 단연 주목을 받은 것은 세계 최고의 오케스트라로 꼽히는 베를린 필하모닉의 내한 공연. 이 때문에 다른 오케스트라는 판매율이 저조했다. ◇베를린 필에 집중된 스포트라이트=15일(예술의 전당)과 16일(세종문화회관)에 열린 베를린 필하모닉의 공연은 총 5,200여석의 좌석 중 1600석이 기업을 비롯한 단체에 팔렸다. 유료 판매 좌석 중 30.7%다. 이로 인해 다른 오케스트라 공연의 기업 판매 및 협찬액이 저조했다. 베를린 필하모닉 공연과 같은 날인 16일 열린 시드니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첼리스트 미샤 마이스키의 협연은 판매 좌석 총 2,000석 중 1,500석이 팔리는데 그쳤다. 클래식 애호가들의 발걸음이 베를린 필로 향하는 바람에 악장 중간에 박수가 나오는 등 공연 분위기도 좋지 않았다. 이 공연 기획사 관계자는 "베를린 필하모닉 공연은 삼성전자가 후원하기 때문에 다른 기업들의 협찬을 받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1~2억원씩 협찬을 받던 예년에 비해 반으로 줄었다"고 말했다. 사라 장이 협연한 상트페테르부르크 오케스트라 공연도 매진을 예상했으나 표 판매가 80%에 그쳤다. 이 공연의 관계자는 "해외 오케스트라 공연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관객들이 이 중 하나만 선택하는 바람에 표가 남아도는 현상이 벌어진 것 같다"고 분석했다. 해외 오케스트라 공연이 한 번에 쏠린 이유는 크게 두 가지. 오케스트라의 해외 투어 일정에 맞추다 보니 공연이 몰리게 된데다 회계연도가 끝나가는 11월에 기업들이 공연 협찬에 돈을 많이 쓰기 때문에 같은 시기에 해외 오케스트라 공연을 유치했다는 점이다. 특히 해외 오케스트라들이 대지진 이후 일본 공연을 주저하는 대신 한국 공연은 필수로 여기는 점도 국내 공연 대전을 형성하는데 한 몫 했다. 오케스트라 단원 중 일부는 일본 공연을 할 때는 손수 도시락을 준비해 갈 정도로 일본 공연을 기피하고 있다는 게 관계자의 전언이다. ◇다양한 프로그램ㆍ관객 관람 수준 향상은 성과=이들은 단순히 연주만 하고 가는 게 아니라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진행해 팬들의 성원에 답했다. 시드니 심포니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블라디미르 아슈케나지는 공연을 앞둔 15일 오후 서울대 음대 심포니 오케스트라에 1일 지휘자로 부임해 1시간 반 가량 학생들을 지도했다.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이끄는 지휘자 사이먼 래틀은 공연 후 사인회를 펼쳤으며 모스크바 필하모닉의 경우 앵콜곡을 다섯 곡이나 연주해 관객들의 성원에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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