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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17번홀서 18억짜리 파 퍼트

카이머, PGA 플레이어스 정상… 4년 만에 우승 키스


전 세계 골프랭킹 1위였던 마르틴 카이머(30·독일)가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4년 만에 우승하며 자신의 존재를 다시 드러냈다.

12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폰테베드라비치의 소그래스TPC(파72·7,215야드)에서 열린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4라운드. 카이머는 버디 3개와 더블보기 1개로 1언더파 71타(최종합계 13언더파 275타)를 기록, 짐 퓨릭(미국·12언더파)을 1타 차로 제치고 '제5의 메이저'로 불리는 이 대회 첫 우승을 차지했다.

2010년 메이저대회인 PGA 챔피언십 제패 이후 4년여 만에 미국 무대에서 거둔 우승. 주로 유럽 투어에서 활동해온 그는 타이거 우즈(미국)가 스캔들 이후 부진에 빠졌던 2011년 2월 세계랭킹 1위에 올랐던 선수다. 이 대회 전까지 세계랭킹이 61위까지 밀렸지만 이번 우승으로 재도약할 계기를 만들었다.

조던 스피스(미국)와 공동 선두로 출발한 카이머는 13번홀까지 3타를 줄여 3타 차 선두로 순항했다. 스피스가 뒷걸음질을 한 가운데 베테랑 퓨릭이 3타 차 2위로 먼저 경기를 마쳤다. 무난한 우승이 예상되던 순간 변수가 발생했다. 14번홀(파4) 플레이 도중 낙뢰 주의보로 90분가량 경기가 중단된 것. 카이머는 14번홀은 파를 기록했지만 리듬이 끊어진 듯 15번홀(파4)에서 흔들렸다. 티샷을 왼쪽 나무 뒤쪽으로 보냈고 러프와 벙커를 전전하다 2타를 잃고 말았다.



승부처는 아일랜드 그린으로 유명한 17번홀(파3)이었다. 1타 차 추격을 허용한 카이머는 티샷을 겨우 물에 빠뜨리지 않았으나 두 번째 샷이 너무 짧아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휘어지는 9m가량의 까다로운 내리막 퍼트를 남겼다. 해가 뉘엿뉘엿 진 가운데 카이머는 장거리 퍼트를 마법처럼 홀에 떨어뜨렸다. 동타 위기를 넘긴 그는 마음껏 포효했다. 우승상금 180만달러(약 18억5,000만원)를 안긴 천금의 파 퍼트였다. TV 중계를 보던 퓨릭은 고개를 끄덕이며 패배를 인정했고 카이머는 마지막 18번홀(파4)을 파로 마무리했다.

현지시간으로 미국의 어머니날 열린 이날 경기에 카이머는 골프백에 해바라기를 꽂고 나왔다. 해바라기를 좋아했던 카이머의 어머니 리나는 그가 프로 무대에서 첫 승을 거두기 전인 2008년 어머니날에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카이머는 "어머니는 우리 형제에게 사랑을 주셨고 돌아가신 뒤에는 그 사랑을 받지 못했다"고 어머니를 떠올린 뒤 "17번홀 퍼트는 내 본능에 맡기고 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PGA 투어 신인왕 스피스는 2타를 잃고 저스틴 로즈(잉글랜드)와 나란히 공동 4위로 마감했다. 2011년 이 대회 우승자인 최경주(44·SK텔레콤)는 이날만 이글 1개와 6연속 버디 등을 묶어 7타를 줄이며 전날 52위였던 순위를 공동 13위까지 크게 끌어 올렸다. 세계 1위에 오를 기회가 있었던 2위 애덤 스콧(호주)은 공동 38위에 머물면서 허리 재활로 결장 중인 우즈가 이번 주에도 1위 자리를 지키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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